사이버대, 정원 충원율 48%도 평가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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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뢰로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가 사이버대 17곳을 평가한 결과 대부분 ‘양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사이버대에서 부실 운영과 비리 실태가 드러난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와 상반돼 유명무실한 평가란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9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3년도 사이버대학 역량평가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2007년 이후 7년 만에 실시된 이번 평가는 전국 21개 사이버대 중 설립한 지 얼마 안 돼 졸업생을 내지 못한 건양사이버대·글로벌사이버대 등 4 곳을 제외한 17곳을 대상으로 했다. ▶교육계획과 교육과정 ▶교직원과 학생 ▶수업과 콘텐트 ▶원격교육시설과 정보시스템 ▶재정과 경영 등 5개 영역을 평가했다. ‘양호’(85점 이상), ‘보통’(70~85점 미만), ‘개선권고’(70점 미만) 등급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 경희사이버대·고려사이버대 등 7곳이 5개 영역 모두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수업과 콘텐트’ ‘교육계획과 교육과정’ 영역에서 각각 ‘개선권고’ 등급을 받은 화신사이버대·한국복지사이버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양호’ 또는 ‘보통’ 등급을 받았다.

 평가에 따르면 대학 간 편차가 극심했다. 영진사이버대·한국복지사이버대는 신입생 모집정원을 100% 충원했지만 열린사이버대·숭실사이버대는 각각 48.1%, 67%를 채우는 데 그쳤다. 하지만 충원율 항목을 포함한 ‘교직원과 학생’ 영역 평가에서 이 두 대학은 각각 ‘보통’ ‘양호’ 등급을 받았다. 3년간 전임교원 1인당 연구실적은 사이버한국외대(2.7편)에 비해 디지털문화예술대·영진사이버대(0.7편), 화신사이버대(0.6편)가 떨어졌다. 모바일콘텐트 제공 비율도 영진사이버대(100%)와 열린사이버대(17.9%)·사이버한국외대(34.3%)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질이 천차만별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대학이 우수한지 알 수 없는 평가 결과”라며 “평가 대상에 평가를 맡겨 ‘솜방망이’ 평가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박영규(국제사이버대 총장) 원대협 회장은 “자체 평가를 통해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며 “연 8조6000억원을 지원받는 172개 4년제대와 연 11억8000만원을 지원받는 사이버대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항목에서 ‘양호’ 등급이 매겨진 이번 평가 결과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이 19개 사이버대를 감사한 결과와 크게 상반된다. 당시 감사에선 6개 대학이 시험 미응시자에 대한 처리기준이 없는 점을 지적받았다. 5개 대학은 시험을 보지 않거나 과제를 전혀 제출하지 않은 학생 5110명에게 학점을 준 점이 지적됐다. 이사장이 교비를 횡령하거나 친·인척을 교원으로 채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박대출 의원은 “평생교육 강화를 위한 핵심 역할을 맡은 사이버대가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4년제대·전문대 평가처럼 평가 결과를 재정 지원과 연계해 부실 사이버대는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사이버대(Cyber University)=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학위까지 딸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치르는 식으로 학사를 운영한다.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4년제 학사 학위 또는 2년제 전문 학사 학위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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