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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불은 끄고보자" 여야당의 이해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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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당후원회 독자구성으로 낙착되기까지>
지난 10일의 민정·민한사무총장회담을 계기로 정당후원회를 둘러싼 정계의 논란은 일단 매듭을 보았다.
민한당은 금명간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후원회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국민·민권·신정·민사 등 기타 정당들도 곧 뒤를 따를 태세다.
이같이 민한당이「독자적 후원회구성은 무망하다」는 종전의 태도에서 구성쪽으로 급선회한 것은 한마디로 「돈」문제를 해결할 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당후원회에 대한 보복이 절대 없을 것이라는 여당측의 정치적보장 (?) 과 함께 장기적으로 단일 정당후원회 또는 풀제운영에 대비해 최소한의 자립의지만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명분론도 당내 분위기 전환에 작용했던것 같다.
지난5월 후원금을 「풀제관리」하자는 민정당의 제안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민한당은 후원회구성에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당내일부에서 정치자금조달을 위해 당이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 아니냐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거기에다 일부 재력있는 당내 인사들이 손비처리도 안되는 특별당비」보다는 아예 세제혜택을 보는 후원금 쪽이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비쳐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됐다.
민정당쪽에서도 독자적인 후원회 구성으로 「혼자거둬서 독식을 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수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야당의 후원회 구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형편이다.
그래서 민정당은 야당이 우선 소규모라도 독자적인 후원회를 구성토록 측면지원을 해줄 심산인듯 하다.
민한당자체에서도 유치송총재를 비롯한 당간부들이 적극성을 보이고있고 당내일부에서도 자발적인 참여를 하고있어 후원회구성은 낙관적이다.
이같은 후원회구성 움직임은 정치자금의 음성적 조달이란 종전의 패턴을 벗어나 양성화라는 측면과 정치자금을 둘러싼 불투명한 여야관계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치발전의 한 단면으로 평가할수도있다.
후원회가 구성된다 해도 각당이 정치자금을 전적으로 후원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일개 정당후원회가 모금할수있는 한도는 연20억원인데 다른 정당은 몰라도 민정당의 경우에는 이 액수가 1년 소요액의 3분의 1밖에 안된다.
현재 민정당은▲후원금20억원▲당비 24억원▲국고보조 4억원을 계산해도 12억원정도의 적자운영이 예상되기 때문에 기탁금을 통한 별도의 자금조달을 구상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모금한도를 늘리든지 아니면 국고보조를 증액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당분간은 두 가지가 모두 여의치 못할것으로 보여 종전의 기탁금제도가 병행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없지않다.
특히 민정당이 후원회를 구성하면서 현대·삼성·대우 등 21개 대기업그룹을 제외시킨것은 「정경유착」을 방지한다는 뜻도 있지만 이들을 주축으로 한 기탁금조달을 염두에 둔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정치비용을 대기업에는 면제하고 중소기업에만 부담시킬리는 없기 때문이다.
민한당이나 기타 정당도 민정당이 제외시킨 대기업 그룹들을 후원회에는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 5월 처음 지급된 국고보조금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 규모에 대해서는 억측이 구구하다.
정계일각에선 헌법의 명문 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국민 상당수는 국민세금의 일부를 정당에 준다는데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재정형편도 대규모 국고보조를 할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3·25총선때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기탁금중 국고로 환수된 32억원은 정치발전을 위해 쓴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구상이란 점에서 앞으로 4년간의 국고보조의 규모도 32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연간 국고보조금 최대규모는 8억원 정도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금년도 2차 지급이 있다면 그 규모도 이미 지급된 4억원과 같거나 작은 규모가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예산상의 문제뿐 아니라 국고금은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민정당에 44%밖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어 정부-여당으로서는 다소 거북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일단 독자적 후원회 구성엔 여야가 합의했지만 문제는 후원회의 운영방법.
민정당은 우선 구성을 해놓고 자금배분은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풀제관리 비슷한 방향을 모색중이다.
그러나 민한당은 독자적후원회가 각 정당 공동후원회로 가는 전단계 과정이라고 보고있어 근본적으로 후원회에 임하는 자세가 상이하다.
신상우 민한당사무총장은 당내인사 중심으로 구성되는 야당후원회가 얼마를 걷겠느냐며 결국 범정당공동후원회로 통합될 경우에 대비한「접목용」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권정달민정당사무총장은 야당후원회가 소규모로 출발하겠지만 점차 확대해나가면 상당한 수준까지 모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현행법의 개정을 전제로한 공동후원회제로의 전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있다. 법개정없이 「운영의 묘」를 살리겠다는 민정당측 생각과 자금의 균형배분과 명분을 위해서는 공동후원회로 갈 수밖에 없다는 민한당의 계산이 언젠가는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어 사전조정작업이 필요할것 같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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