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주부들, 핵가족화에도 불구 가사 노동에 10∼11시간 소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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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 나라 도시 주부들은 하루 평균 10∼11시간을 가사 노동에 소비하고 있어 핵가족화, 생활 과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안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임정빈 교수 (한양대·가정학)가 80년6월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시내 2백61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조사, 대한 가정학 회지에 발표한 『도시 주부의 생활 시간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취사·주생활·의생활을 관리하는 가사 노동 시간이 10∼11시간으로 으뜸을 차지한 반면 자신을 위한 문화 생활 시간은 4∼5시간에 불과했다.
이같이 과중한 주부의 가사 노동에 비해 가족의 가사 협조는 극히 적어 시어머니 또는 친정어머니와 동거하는 경우 하루 2∼3시간, 딸 2시간, 남편 1시간, 아들 0·6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가사 노동 시간은 주거 형태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아파트 (9·1시간) 양옥 (9·9시간) 한옥과 연립 주택 (11·2시간)의 순으로 시간 소비가 많았다.
또 자녀수 1∼2명인 경우가 가사 노동 시간이 가장 적었으며 다음이 0명, 5명 이상, 3∼4명의 순이어서 반듯이 자녀수에 따라 가사 노동 시간이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전체 가사 노동 시간·주생활·의생활 관리 시간은 40대 주부가 가장 많고 50대 이상의 주부는 취사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50대 주부가 젊은 주부에 비해 저장 식품 또는 부식 마련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주부의 학력이 높을수록 전체 가사 노동을 비롯한 집안 일에 적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학력이 높은 주부일수록 시간에 대한 관념이 투철하고 일의 조직력이 철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개의 가정에서 가정 기구 보유 정도와 시간 소비와의 관계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아 생활 편의를 위한 각종 가정 기구가 하나의 재산이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불합리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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