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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초점]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의 파워 - 대통령과 일체화된 침묵의 메신저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는 최근 세월호 참사 늑장 대응과 비선정치 논란으로 시련을 겪는다.

월간중앙“청와대 비서실은 국회 의원회관 545호의 확대판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초 서울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던 말이다. ‘국회 의원회관 545호’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몸담았던 사무실. 몸은 청와대로 옮겼지만 업무 공정은 의원회관 시절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해서 누군가 그렇게 불렀다. 박 대통령과 국회 보좌진 출신 3인방이 권력의 핵이고,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이 그저 새로 붙여진 정도라는 것이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당선된 박 대통령이 이 사무실에 둥지를 틀 때 이재만·이춘상·정호성·안봉근 등 4인방이 한 배를 탔다.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겨두고 이춘상 보좌관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세 명만 남게 됐다. 박 대통령은 총무비서관(이재만), 제1부속비서관(정호성), 제2부속비서관(안봉근)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자리에 이들을 앉혔다. 과거 친박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들은 대통령이 편하게 일을 맡긴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시키고 나머지는 청와대 비서실 인사들에게 넘길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정치권과 신문, TV에는 ‘대통령 최측근 3인방’이 자주 언급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국회에서 실명이 거론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다. 그만큼 정권의 실세라는 말이다.

야당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을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를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야당과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여당이 서로 핏대를 곤두세울 정도다. 여권에서는 심지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능해도 정 비서관을 청문회에 세울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가 권력의 요충지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야당 의원들의 표적이 되다시피 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하는 비선라인 ‘만만회(정윤회·이재만·박지만)’의 일원으로 이 비서관을 거론했다. 김기춘 실장이 ‘만만회’에 대해 “실체가 없고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일축했고, 이 비서관 본인도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다”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 씨와 접촉하는 인물로 이 비서관을 지목하는 등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3인방 중 언론이나 국회로부터 그나마 자유로운 이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다. 청와대 내 안 비서관의 위상도 나머지 두 명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여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3인방 중 유일한 TK(대구·경북) 출신인 그는 최경환 부총리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과 동향(경산)이다.

세상은 이들을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부른다. 그들이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의 문고리를 걸었다 잠갔다 한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안살림을 도맡고 있다. 인사에서부터 재정·행정·구매·시설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청와대가 돌아가지 않는다. 특히 인사의 경우 실무 부서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도 총무비서관의 서명이 없으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와대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그가 몰라서 될 일은 없다고 하겠다.

비서실장 시야 너머의 ‘문고리 권력’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관리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각종 보고서를 그가 취합하고 선별한다. 또 대통령의 공식·비공식 일정도 제1부속비서관의 업무다. 장관은 물론이고 심지어 청와대 수석조차 대통령과의 면담을 잡으려면 반드시 그를 거쳐야 한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여의도 국회 시절 그래왔듯이 대통령을 근접 수행한다.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본관으로 이동할 때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전부터 친박계 의원들이 대통령의 근황이나 의중을 안 비서관을 통해 탐색할 정도로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해왔다.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도 그의 몫이다.

이들 3인방은 청와대 군기반장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조금 다른 세계에서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대응 태세를 따지는 7월 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도 그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당일 최초로 대면 보고를 하신 분이 누구입니까?”(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면보고 사실은 저는 알지 못합니다.”(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긴급회의라든가 이런 걸 언제 했습니까”(유 의원)

“4시 10분에 비서실장 주관으로 회의를 했습니다.”(김 실장)

“이전에는 어떠한 회의도 없었다는 말씀입니까?”(유 의원)

“이전에는 우리 비서실로서는 회의가 없었습니다.”(김 실장)

“10시 이후 4시 회의 이전까지 6시간 동안 대통령이 직접 누구를 보고 지시하거나 상황회의를 하거나 한 것이 없다는 말씀이시지요?”(유 의원)

“대통령께서는 또 부속실이 있어 가지고요, 저희 비서실도 있지만 또 부속….”(김 실장)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나눈 문답 내용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가 이뤄진 오전 10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 15분까지 7시간 동안 청와대가 뭘 했는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문답에서 보듯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행적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시야가 닿지 않는 부속실 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3인방은 김 실장도 쉽게 닿지 못하는 곳에서 일한다. 청와대 건물 배치 구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본관, 비서실장은 비서동인 위민관에 집무실을 둔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하려면 500m 정도 떨어진 본관으로 가야 한다. 보통은 차량을 이용하는데 공간이 떨어져 일하다 보니 세월호 참사 당시와 같이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의 동선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3인방(1·2부속비서관,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이 있는 본관에서 근무한다. 대통령과의 거리로 따지면 3인방이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200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안봉근 당시 수행비서와 얘기를 나누는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의정활동의 시작과 끝을 보좌진 3인방과 같이했다.

“그들에겐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없다”

얼마 전까지 국무위원인 장관은 물론이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대통령을 제때 만나지 못해 애를 태운다는 신문 기사가 지면을 장식했다. 주변 4대강국 주재 대사 중에는 화급을 요하는 외교 문제가 터져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 대통령을 독대하거나 대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3인방은 다르다. 원할 때에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지난 7월 대통령을 얼마나 자주 보느냐는 한국회 운영위원의 질문에 “매일 뵙지는 못한다”면서도 “필요한 보고 사안이 있을 때 뵙는다”고 답했다. 일 때문에 대통령을 찾아 갈 수 있는 청와대에서 몇 안 되는 사람이 그다. 정치권에서 이들을 ‘문고리 권력’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들의 파워가 단지 최고권력자와의 거리와 역할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이들은 제 3자가 대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박 대통령과 함께한 15년은 후임자들이 물리적으로 극복 불가능한 요소다. 3인방은 대통령과 일하는 방법을 잘 안다.

먼저 이들 참모진은 각자 주어진 영역을 존중하며 절대 넘어서는 법이 없다. 박 대통령이 의원회관 시절부터 3인방에게 고유한 업무와 영역을 나눠줬다고 한다. 한 참모는 예전에 사석에서 “그건 누구도 침범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개개인의 특성과 자질에 따라 구분해준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게 따른다는 것이다. 물론 옆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도와주지만 미리 나서는 경우는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청와대 생활도 유추해볼 수 있다. 1·2부속비서관, 총무비서관 영역을 엄격히 구분할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다툴 일도 없다.

상하관계의 기율은 더 엄격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철저한 비서로 인식한다. 대통령이 묻지 않는데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 말했다. 의원 시절의 대통령에게조차 ‘그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친박계의 한 소식통의 판단이다. 이 소식통은 “3인방은 그 누구도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는 3인방이 박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을 100% 수용한다는 말과도 같다. 그렇게 학습돼온 기간이 15년이나 된다. 누군가가 이 일을 대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통령의 하문(下問)을 받아 움직이는 메신저들이 바로 3인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 대통령도 보안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수행하는 3인방에 대한 신뢰가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3인방은 박 대통령이 특유의 스타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친박계 인사들에게 3인방의 말은 곧 ‘VIP(대통령)의 뜻’으로 통하게 된다. 3인방이 사심 없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이들일수록 그 믿음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일이 몰린다. 예컨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오랜 경험 끝에 대통령이 좋아하는 표현과 어법, 논리와 가치에 정통하다. 청와대에서 생산되는 주요 보고서나 발표문은 정 비서관의 손을 거친다. 공보 계통에서 언론에 보내는 자료는 메시지를 담당하는 제1부속비서관실의 확인을 거쳐 배포되곤 했다. 나중에는 부속실을 경유할 필요가 없는 아주 사소한 자료조차 들고 와서 일독을 요청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대통령 의중에 정통한 그에게 확인을 해보고 싶다는 부탁이다. “몇몇 공보담당자는 보도자료를 내기에 앞서 일부러 부속실을 거쳐갔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정치권에 전해졌다.

청와대 직원들만 그런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친박계 인사들도 그랬다. 판단하기 곤란하거나 책임이 따르는 문제는 이들 3인방 의견을 먼저 확인하곤 했다. 박 대통령의 한 참모는 “입장이 난처한 사안은 3인방에게 미루거나 적어도 의사를 타진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면서 “잘되면 그만이지만 동티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대통령 보좌진에게 돌리곤 했다”고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친박계 의원 중에는 3인방에게 ‘보고 아닌 보고’를 하게 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는 게 관성이 되다시피 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의원들도 늘 해오던 이런 구조에 무덤덤해졌고, 의원 시절의 박 대통령도 크게 불편할 게 없었을 것이다. 의원 시절의 시스템이 청와대에 그대로 옮겨갔을 수도 있다.

지난 7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답변에 나서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논란의 종결자, 정보의 전달자

박 대통령은 특정인에게 호불호 표시를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주변에서 심기를 읽고 걸러주는 게 참모의 역할이다. 중대한 현안이 발생할 때 언론인들이 찾는 취재원도 결국 이들이다. 지난해 여름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되면서 그를 비롯한 여권의 원로가 속한 이른 바 ‘7인회’가 ‘살아있는 권력집단’ 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야당은 이에 질세라 ‘수구꼴통 7인회’라며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까지 싸잡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는 홍보수석실도 적극 언론 해명에 나서지만 그 마침표는 결국 이들 3인방의 몫이 됐다. 긴가민가 하는 언론일수록 공신력있는 답을 주는 취재원을 찾게 마련이다. 당시 박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은 그분들(7인회)에게 조언을 구하는 관계가 아니다”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들의 말은 곧 대통령의 뜻으로 이해되면서 사태는 그렇게 일단락됐다.

또 실세 수석 비서관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인사 수요가 많은 만큼 로비도 전방위로 펼쳐진다. 일각에서는 모 수석이 인사를 좌우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래서 실제로 로비의 손길이 그쪽으로 일제히 향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한 참모는 “혹시 그런 로비가 통했다고 확인되면 얘기해달라”면서 “그게 사실이면 그분(모 수석)이 다치게 된다”고 인사 관여설을 일축했다. 이처럼 3인방의 파워의 비결은 한두 가지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얼마 전 여권 내부에서는 다소 묘한 소문이 돌았다. 이들 3인방이 파워게임을 벌이는 등 분화과정에 접어 들었다는 관측이다. 소문에 따르면 보안사고가 단초를 제공했다. 올 들어 청와대에서는 내부 보안사고가 터져 비상이 걸렸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작성한 내부 직원 감찰자료가 송두리째 언론에 유출된 예가 두 번이나 발생했다. 이에 청와대 핵심부에서는 문서 보안장치를 대폭 강화키로 하는 한편, 구멍이 뚫린 민정 라인의 느슨한 조직을 바짝 조이는 조치를 취했다. 조직 장악력을 높여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보 유출을 단속한다는 것이다.

민정라인에 충성도 높은 인물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3인방 중에서도 특정 인맥이 약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밀리는 쪽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특히 모 행정관의 인사가 오랫동안 지연되면서 실세들이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다는 얘기도 들렸다. 물먹었다고 느끼는 쪽에서 기분이 상하는 건 정한 이치다. 역대 정부가 그러했듯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실세들도 이제 분화 단계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돈 배경이다.

청와대 내부는 외형상으로는 평온하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는 “안에서 보는 3인방의 관계는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전했다. 통상 경쟁 과정에 있거나 자기 사람 심기를 하는 경우에는 누군가를 찍어내야 하므로 알게 모르게 얼굴에 속내가 드러나게 된다. 본인이든 아랫사람을 통해서든, 심지어 가까이 지내는 언론인을 통해서 그런 마음이 전해지는 법이다. 이 관계자는 “평소 3인방의 모습에서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로 부속실을 편하게 오가고 업무협조도 잘 되는 걸로 봐서는 권력 분화를 말하기에 이르다는 것이다.

3인방, 분열과 경쟁의 서막?

대통령도 참모의 분화·분열을 용납할 리 없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2인자들의 갈등과 알력이 어떤 후유증을 불러왔는지를 잘 아는 그로서는 내부 분란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3인방이 위험한 곡예에 나설 리 없다는 관측도 그럴싸하게 나온다.

지금의 청와대는 힘과 힘의 균형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김기춘 비서실장의 비서실 장악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도 대단하다. 김 실장은 김 실장대로, 막강 3인방은 3인방대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만약 김 실장에게 힘이 없었다면 3인방의 파워는 훨씬 비대해졌을 것이다.

이들은 15년 이상 대통령을 모셨기에 누가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직감적으로 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9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권력 주변에서 말을 만들어 대사를 그르치게 하고 이간질도 한다”며 “사심 없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싸는 이들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목한 권력 주변이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만약 이들 3인방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실제로 말을 만들어 이간질을 했다면? 3인방은 앞서 방식대로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된다거나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움직였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이미 인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2년 저서 <여우와 고슴도치>에서 “박근혜 전 대표(박 대통령)는 오직 ‘국민’과 ‘나라’만을 화두로 삼아 용맹정진한다”고 비서실장으로서 오랜 기간 봐온 박 대통령을 묘사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생각 말고는 다 번뇌”라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의 소재를 밝혔다. 그 연장선상에서 박 대통령에게 청와대는 나라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하는 곳이지 권력을 누리라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청와대 3무(無)’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과거에 견줘 요즘의 청와대에는 ‘끗발’도 없고, ‘로비’도 없으며 그래서 ‘재미’가 없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3인방은 청와대 입성이래 청와대에 꼭꼭 숨었다. 한 인사는 6개월 이상 개인 약속을 거의 잡지 않고 청와대와 집만 오갔다고 한다. 새벽 2~3시 넘어 퇴근하는 일이 허다하다. “외부에서 누군가와 만나는 모습을 목격당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고 한 참모가 말했다. 우연히 산행길에서 기자와 만난 다른 참모는 “주말엔 가족과 인근 야산을 오른다”고 근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친박의 한 중진의원은 이들의 운명을 이렇게 예언하기도 했다. “3인방은 임기 내내 고생하다가 대통령이 퇴임하면 삼성동(사저) 집사가 될 운명이다.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에 휘말린다면 자신을 망칠 뿐아니라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젊은 나이에 곡절이 많은 사람들이다.”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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