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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학교서…새 풍토 조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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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육전반에 충격적 변화를 몰고 왔던 「7·30조치」 1주년을 맞았다. 과외가 추방됐고, 대학에 졸업정원제가 도입됐다. 대학입학에 본고사가 폐지되고 고교내신성적이 반영됐다.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교육은 이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 1년, 고교와 대학의 속을 들여다본다.

<과외추방>
극성을 부리던 과외가 금지된 뒤 초·중·고 특히 고교교실이 활기를 찾고 학교마다 출석률이 1백%에 육박한다. 학교는 간판이고 공부는 과외를 통해 한다던 1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풍토가 조성됐다.
그러나 일단은 과외가 없어진 것을 환영하면서도 일선교사들은 『여건조성보다는 물리적 힘에 의해 추방됐기 때문에 되살아날 소지는 아직도 남아있고, 일률적으로 금지돼 개인지도가 꼭 필요한 학습부진아의 학업보충기회가 없다』고 말한다.
고교교실의 경우 한 학급에 60명이 넘는 학생 수에다 평준화 이후 우열격차가 특히 심해 같은 수업시간의 학습량만으로 학습부진아가 진도를 따라가기는 불가능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교부는 학습부진학생 대상의 보충수업 등을 허용하고, 집단자율학습을 권장하지만 개인지도는 기대할 수 없는 실점이다.

<내신반영>
1년 전 국보위가「7·30조치」를 취하면서 과외금지와 합께 대학입시에 고교내신성적을 반영토록 한 것은, 임시관문을 향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학교교육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통과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국보위는 81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별 본고사를 없애고, 예시성적과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하는 한편, 초년도에는 내신성적을 20%이상 반영하고, 82년도에 30%이상 등 연차적으로 반영비율을 높여 결국 내신성적만으로 대학입시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교과성적 90%, 출석성적 10%로 내신성적이 구성되고, 이는 각각 10등급(82학년도부터 15등급)과 6등급으로 점수화 돼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교실은 제2의 시험장이 됐다. 학교별로 석차에 따라 교과성적이 산출되기 때문에 옆자리의 동료가 하루아침에 경쟁상대자로 클로즈업 됐다.
한 학기에 두 번씩 치르는 정기고사 때면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각각 다른 학년을 섞어 앉혀 부정을 막기에 신경을 쓰는가하면, 출제는 객관식 일변도. 심지어는 컴퓨터를 동원하는 학교도 있다. 언제 어떤 학생이 이의를 제기해도 대답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갖춰져 있어야한다는 것이 일선교장의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참다운 사제관계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교장도 있다. 가령 교사가 어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는 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라」든지, 어떤 참고서적을 보라는 지도를 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내신의 참뜻을 살리려면 학부모가 학교와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해야하고 학교가 사회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의 적성이나 능력, 나아가서는 진로에 「절대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교실환경, 예컨대 인간적 접촉은 고사하고 하루종일 이름 한번 불러보기도 어려운 과밀상태에서 당장 교사들에게 그 같은 일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본고사폐지>
대학별로 치르던 본고사를 철폐한 것도 과외추방, 내신반영과 맥을 같이하는 조치였다. 당시 고교생들은 예시보다는 본고사를 의식해 과외를 받았고, 학교교육을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주관식 출제를 통해 문제해결이나 서술능력을 그런 대로 평가했던 본고사를 없애면서 이 같은 측면의 평가는 내신반영을 통해 보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내신이 예시와 꼭 같은 객관식 열변도로 변해 주관식 평가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S대 L교수는 『대학4년 동안 그런 대로 표현력이나 조직적 사고력을 훈련할 기회가 있겠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같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도 앞으로는 리포트를 제출하게 하고 일일이 코멘트를 하는 일이 올해처럼 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흔히 대학에서는 본고사폐지가 대학의 학생선발에 대한 자율권침해라고 항변하지만, 그보다도 이로 인해 교육의 중요한 측면이 소홀해지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문제라는 교육계의 지적이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졸업정원제>
정원의 1백30%를 입학시켜 4년 동안 30%를 탈락시키기로한 졸업정원제는 대학의 면학분위기 조성과 재수누적 해소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였다. 대학문이 그만큼 넓어져 재수현상이 크게 줄었고 「공부해야 졸업한다」는 분위기가 대학 안에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30%를 탈락시키는 방법이다. 결국 점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점수가 탈락되는 학생에게는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없다.
1년을 유예, 탈락은 2학년말 이후로 미뤄져 있는데 각 대학은 억지로 학생을 학교에서 밀어낼 때 벌어질 사태에 대비, 학생평가의 객관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탈락선고」를 했을 때 합의를 받지 않아야 하고, 이의가 제기돼도 제시할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이라도 그 학교에서 정원의 1백%이내에 들지 못할 때 잘라내야 하는 제도 때문에 명문대학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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