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통쾌한 KO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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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산=이민우 기자】우직한 황소 김철호는 끝내 날렵한 흑표범 「월리·젠슨」을 무너뜨렸다. 마치 무더위 속에 쏟아진 소나기같이 통쾌한 KO승이었다. 프로복싱WBC(세계권투평의회) 슈퍼플라이급챔피언 김철호(20)는 29일 밤 구덕체육관에서 벌어진 타이틀매치에서 미국의 흑인 도전자 「월리·젠슨」(27·동급1위)을 13회에 들어 좌·우 훅을 복부에 연타한끝에 1분20초만에 KO로 뉘어 2차 방어에 성공했다. 이로써 금은 17승(7KO) 1무1패를 기록했다.
이날 12회까지의 채점에서도 3명의 부심들은 모두 김의 우세를 판정해 「앨런·바이넘」(미국)은 1백16-1백13, 「마이크·재콥스」(영국)는 1백17-1백11, 김효곤(한국) 씨는 1백20-1백13 등이었다.
김철호가 뒤진 회수는 3, 4, 8회뿐이었다. 김은 초반 「젠슨」의 빠른 발과 번개같은 왼손 잽에 고전했으나 시종 힘과 투지로 황소같이 밀어붙인 끝에 승리를 안았다. 김은 안면에 잽을 허용하면서도 「젠슨」의 취약점인 복부를 공격한 것이 주효했다. 김은 9회부터 몰아붙이기 시작하여 「젠슨」을 거의 그로기상태로 무너뜨리면서 승기를 잡았다.

<전 대통령 축전>
전두환 대통령은 29일 저녁 WBC슈퍼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세계선수권 방어에 성공한 김철호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훌륭한 기량으로 선수권을 방어한 김선수에게 축하를 보내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자한다』고 밝혔다.-
김이 13회 때 들어 링 중앙에서 좌·우 훅을 연이어 복부에 퍼붓자 클린치하기에 바쁘던 「젠슨」은 힘없이 캔버스 위에 넘어져 약2분간 일어나지를 못했다.
4천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이날 경기에서 김은 51.9Kg, 「젠슨」은 51.7Kg으로 모두 한계체중(52.16Kg)을 1차 계체량에서 거뜬히 통과했다.

<9회부터 승리확신>
▲김철호의 말=9회부터 승리를 확신했다. 「젠슨」은 예상한대로 왼손 잽이 무척 빨랐지만 펀치력은 약해 초반에 고전하면서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젠슨」은 전 챔피언 「라파엘·오로느」(베네쉘라)와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쉬웠다. 앞으로 더욱 테크닉을 연마하여 꼭 10차 방어까지 성공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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