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법 개정 팽팽한 찬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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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금 영화계는 현행 영화 법을 고쳐야 하느냐, 고치지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몹시 뒤숭숭하다. 일부에선 고쳐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고칠 필요가 없다고 맞서 있기 때문이다.
영화 법을 고쳐야 한다는 쪽의 주장 속에 가장 핵심적인 골자는 『영화제작 자유화』와 영화진흥공사가 『외화 수입권을 독점, 송매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해야한다든가, 외화 수입권 공매 등의 얘기는 얼핏 들으면 매우 타당한 내용인 것처럼 여겨지나, 여기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영화 법은 67년 처음으로 제정된 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70년8월, 73년2월 등 두 차례 개정되어 지금의 영화 법으로 정착했다. 제작 자유화라는 주장이 허울좋은 미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과거 이미 한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즉 73년 이전 프러듀서 시스템에 의해 누구나 제작할 수 있던 때에 그 부작용은 대단히 심각했었다. 그때 영화사는 45개가 난립(프러듀서는 별도) 덤핑, 배급질서의 혼란, 부도사태, 사기 등으로 영화계는 큰 홍역을 치른 경험을 갖고 있다. 결국 이것이 73년 개정영화 법으로 질서를 되찾은 것이다.
개정영화 법 이후 우리 영화계는 주먹구구식의 영세제작에서 벗어나 영화산업이 어느 정도 기업화되어 안정을 찾았다는 것과 이에 따라 영화인에 대한 보수 현실화, 42억5천여 만원에 이르는 국산영화진흥기금마련(진흥공사에 납부) 등의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꼽고 있다.
영화법개정이 아직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견해다. 그것은 영화사의 난립은 좁은 시장에 더 큰 경쟁을 초래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면 불법적인 잡음이 생기게 마련이란 것이 공통적인 견해다.
영화인들은 영화 법을 고쳐야 하는 이유가 국산영화의 질 향상과 영화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라면, 제작자유화 보다는 더 시급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인들이 꼽고 있는 한국영화계의 당면문제는 ①소재의 자유화 ②공연장(극장) 허가완화 ③제작시설의 현대화 ④요금의 자율화 ⑤영화기능인 양성 등이다.
영화는 창작이고, 창작은 아이디어 경쟁인데 이 아이디어가 봉쇄 당하고 있으니 국내 시장 개척은 물론 국제경쟁에서도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 김수용씨는 『성인 영화엔 엄연히 「미성년자 입장불가」란 조건이 붙으면서도 검열은 청소년 수준으로 하니 난센스』라는 것이다. 영화가 오락적 기능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운 소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개봉관은 10개다. 이것은 인구 2백만 시절과 같은 수준이다. 많은 영화인들은 개봉관 부족이 영화산업을 저해하는 요소의 하나로 꼽고 있다. 이것은 극장을 사치성 유흥업소로 취급, 당국이 까다로운 건축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극장이 휴식처요 공원구실을 하는 것이 외국의 경향. 따라서 당국은 건축법을 완화해 신축되는 큰 건물에 극장을 설치하고 현존 극장의 시설을 개수·고급화하여 지역마다 개봉관을 갖춰 누구나 쉽게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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