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오일쇼크」곧 올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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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겹던 오일쇼크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한방울이라도 아껴써야 한다던 석유가 남아돌고 값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젠 살았구나하는 성급한 낙관론도 나올성 싶다. 그러나 정말 이것으로 오일쇼크의 불안은 완전히 가셔진 것인지, 제3차 오일쇼크가 또다시 닥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는 곰곰 따져봐야할 문제다.
1차 오일쇼크를 겪고나서 누가 또다시 5년만에 2차오일쇼크를 당하리라 생각했었겠는가. 77, 78년까지만해도 엊그제 당한 석유파동은 까맣게 잊어버린채 느긋해있다가 79년부터 80년사이에 l백70%나 값이 뛰리라고는 아무도 예측못한 일이었다.
그처럼 혼이 났으면서도 최근 석유값이 다소 안정기미를 보이기 시각하자 또다시 낙관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처럼 위험한 생각이없다. 현물시장에서 값이 내렸다는 석유는 이란 이라크전쟁이 터지기전에 나와있었던 것들이 대부분이고 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그것은 기본가격에다 붙였던 프리미엄 정도를 선심쓰듯 좀깎아 준것에 불과하다.
물론 오일쇼크속에서 각국이 석유소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림에 따라 최근 얼맛동안 수요가 많이 감소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하게 절약의 노력때문만은 아닌것이다.
오일쇼크는 전세계의 경기침체를 가속시켰고 공장을 돌려도 물건이 안팔린다.
설령 비싼값으로라도 석유를 펑펑쓰고 싶어도 장사가 안되니까 자동적으로 석유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석유소비감소의 주인은 노력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불황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경기가 다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경우 석유소비는 자연히 늘어날테고 가격 역시 가만히 있을리 없다.
이같은 추측은 지난번 1차 오일쇼크이후 세계경기가 회복세를 보였을때 석유값과 수급이 어떻게 움직였는가를 보아도 쉽게 납득이 간다.
각국이 석유소비를 풀여서 수요가 감소되면 중동산유국들은 석유생산량을 줄여서 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고 소비가 늘어날때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인상을 도모했다.
요컨대 최근 석유가 좀남아돌고 값이 내림세에 있다고해서 OPEC제국들의 심술이 사그라들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른 수요증가도 문제지만 중동지역의 정치적인 부안까지 감안해야 한다. 나라간의 싸움질로 연재 또 엉뚱한 결산발표가 튀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석유에 관한한 장래는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달갑지 않은 역사의 반복은 아마도 오일쇼크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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