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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자주류」근거잃고 방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치훈에게 본인방 타이틀을 안겨준 도전7번기 제6국은 한마디로 조치훈의 타고난 천재성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6국을 통틀어 이 판에서만은 조치훈의 실수가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다께미야」역시 전에없는 신중한 태도로 특별히 지적할만한 완착이나 실착을 범하지 않았으나 조치훈은 침착하게 시종 판세를 리드해 완승을 거둔 것이다.
조치훈은 흑1, 3의 대각선 포석으로 처음부터 실리와 세력의 조화를 시도했다. 흑5, 7은 필승의 강한 신념을 보여준수.
그다음에 둔 흑9가 절묘한 수였다. 이 높은협공은 이번 도전기에서 처음나온 수로 흑15의 대사정석을 미리 염두에둔것이었다. 이 한수로써 흑은 우변에 세력을 얻는 한편 「다께미야」 바둑의장기라고 할수있는 세력위주의 소위 「자주류」를 역습한 셈이다.
이 수로「다께미야」는 허를 찔리면서 크게 동요했다. 이 우렁찬 공격을 지켜보고 있던 관전자들은 입을 모아 『조의 바둑은 한점 한점이 그대로 살아있다』 고 감탄했다는것.
아직 초반이었던 63수에 이르려 조치훈은 59분을 소비했다. 이 수는 누가 봐도 그토록 오랜 장고가 필요한 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치훈은 이때 이미 마음속에 승기를 느꼈고 앞으로 수습만 잘하면 완승으로 이끌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인것 같다.
이를 두고 전문기사들은 『시냇물을 아래위에서 막고 물을 퍼내 고기를 잡는식』의 묘책이었다고 해석했다.
놀라운 저력의 수는 흑77에서 나왔다.
이 한점은 동시에 두개의 끝내기를 한 수.
만약 백이 이점에 두었을 경우 20집 가량이 오가는 큰수였다. 이점을 둠으로써 흑은 95의 자리를 젖힐수가 있는 양면의 이익을 얻게 됐다.
이때 상황파악까지도 잃게된「다께미야」는 패색를 느낀채 옹수의, 여력을 잃고 84이하 94까지로 좌하로 방향을 돌렸다.
「다께미야」가 이렇게 좌하로 옮겨간 것은 집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보는 몸부림.
이때 관건자들은 조명인이 귀를 빼앗겨 위험하지 않나 우려 했으나 흑은 오히려 좌하에서 어복에 이르는 일대를 세력으로 굳힐 수 있어서 승패는 거의 결정이 난셈이었다.
흑은 117과 119로 어복에다「자물쇠」를 채움으로써 승부는 결정을 지었으며 이 두점은 이번 대국의 승전을 알리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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