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생활인의 이야기-안녕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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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얼마전에 발표됐던 시청률 조사 결과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인기 드라마라는 호칭에 별로 인색할 필요가 없는 MBC-TV의 주말연속극 『안녕하세요』(김수현 극본·유흥렬 연출)가 12일 그 막을 내렸다.
크게 내세운 주제도,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도 없는 채 그저 서울 어느 주택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댄 듯한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부담감이 없다」는 사실 때문일 듯.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저녁 식탁에 보내지는 주말드라마라면 가벼운 기분으로 웃고 넘길 수 있는 건전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의외로 묵살 당해온 것이 우리네 TV드라마의 큰 문제점 중 하나였다.
현대극의 단골 주제이다시피 한 삼각관계·정략 결혼·남편의 의도·가정 불화 따위 골치 아파서 외면하고 싶은 인생잡사로 울고 짜는 드라마에 신물난 시청자들에게 건강하고 극히 상식적인 생활인들의 이야기는 구미 당기는 메뉴일수 밖에 없다고나 할까.
김수현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 처리로 굳이 누가 주인공이랄 것 없이 모든 등장인물이 같은 비중으로 개성있게 움직인 것도 이 드라마가 산 큰 이유중 하나.
그러나 무엇보다 칭찬할만한 사실은 인기도가 가장 높다는 시청률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끝낼 데서 끝낼 줄 안 제작진의 용단-. 인기 좀 있다하면 찍찍 늘리기에 이력들이 난 몇몇 인기작가와 연출자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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