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현장 뼛조각 궁금해 … 족발 질리게 먹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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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검시관이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뼈와 동물뼈 비교 도해』를 들고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 발뼈와 비슷하게 생긴 돼지 발뼈를 정확히 알기 위해 2년 동안 질릴 정도로 족발을 많이 먹었습니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뼈와 동물뼈 비교 도해』 책을 펴낸 경기경찰2청 과학수사계 김영삼(45) 검시관의 말이다. 사람뼈와 동물뼈를 사진을 통해 부위별로 비교한 도감은 국내 처음이다. 그는 2012∼2013년 2년 동안 인체와 개·고라니·너구리·돼지 등 5종류의 뼈 연구에 몰입했다. 사람뼈와 동물뼈의 차이점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손쉬운 구별법을 정리해 초동 과학수사를 발전시키기 위한 뜻도 있었다.

 이들 동물의 척추뼈와 발뼈, 앞·뒷다리뼈, 갈비뼈 등이 인체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사건현장에서 사람뼈와 동물뼈를 혼동해 초동수사에 혼선이 발생하는 일을 몇 차례 경험했던 게 연구의 직접적 계기였다.

 고충도 따랐다. 집에서, 또 경찰 회식에서 족발을 많이 먹다 보니 이제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는 “식사 후 족발뼈를 모두 가져오다 보니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일쑤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제공한 동물뼈로 사진 200여 장을 만들고, 부위별로 특징과 차이점 등을 정리해 소개했다. 여기에 사람뼈 사진은 실제와 흡사한 독일에서 만든 분리된 골격 모형을 사용했다. 김 검시관은 “그동안 대부분의 국내 과학수사 교육현장에서는 조립해 완성된 사람뼈와 동물뼈 모형을 활용했기 때문에 분리된 채 발견되는 사건현장의 뼈를 현장감식 하는 데 애로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연세대와 대학원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검시관은 지난 2006년 경찰에 특채돼 유전자 채취와 지문감식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이번 연구는 김 검시관이 주도했지만, 경기경찰청이 지난 2011년 경찰·정부 기관·대학을 연계해 발족한 ‘골격수사연구회’와 동료 경찰관들의 도움이 컸다. 경기경찰청은 이를 일선 수사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책자 300부를 전국 경찰에 최근 배포했다. 또 간편하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무료 애플리케이션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글·사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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