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문체부장관 첫 간담회 "연예인 중심의 한류는 곤란"

중앙일보

입력

 
“한류가 연예인이나 KPOP 중심으로만 간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거다.”

김종덕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융성과 국가브랜드 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일방통행식 한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류는 기본적으로 ‘문화교류’다. 우리가 주는 만큼 상대방의 문화도 소화해야 한다. 이제는 한류를 서로 양방향적인 문화교류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명량’을 봤나.
“봤다. 제가 원래 영화를 좋아한다. ‘명량’은 내용에 있어서 좋았다. 관객 1700만 명이라니 대단하다. 우리 영화가 역사적 기록을 세운다는 뿌듯함이 있다. 반면, 영화의 성수기에 이렇게 스크린을 도배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균형 발전이란 측면,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일부 대기업들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말 끝에 김 장관은 영화 제작사와 투자사, 배급사, 스태프 간의 공정계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산업 자체가 첨예한 시장이다. 정부에서 시장에 과하게 끼어들 수는 없다. 공정계약을 위한 표준계약서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공정계약을 위해)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할 것이다. 관련 법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럼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만다.”

-취임 후 문체부 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한 이야기가 있나.
“일을 하다 보면 ‘이건 하면 안 되는데’하면서도 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는 주로 정이나 의리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되면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안 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각되면 징벌적 차원에서 그만 두지 않겠습니다.’ 정부 고위직을 맡은 사람으로서 부정부패는 가장 먼저 없애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본다. 세월호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세월호 참사’는 모든 사람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우리가 정말 이것 밖에 안 됐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부정부패는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다.”

-장관직 제안을 받고서 뜸을 들였다던데.
“당시 여행 중이었다. 2월 말부터 안식년이다. 집사람과 캠핑을 다니고 있었다. 1년 전부터 세워놓은 계획이었다. (장관직 제안) 연락이 오니까 집사람이 ‘이제 캠핑 끝나는 거야?’라고 하더라. 제안을 받고 ‘말미를 달라’고 한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이걸 해낼 역량이 있는지 우려가 됐다. 거기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자 했다.”
김 장관은 본인의 해외유학 시절 이야기를 했다. “해외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나. 나도 그랬다. 외국에서 5년 정도 살면서 ‘우리나라’ ‘조국’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우리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왜 학교로 갔는지, 제 제자들도 다 알고 있다. 문체부 장관직도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다만 내가 역량이 되는지 걱정됐다.”

-어떤 경로로 장관직 제안이 온 건가.
“저는 현 정부에 아는 분이 없다. 캠프에서 일한 것도 아니다. 지금도 사실 궁금하다. 어떻게 제안이 왔는지. 궁금증은 지금도 안 풀렸다. 그런데 그건 중요하지 않더라. 이 자리에 왔으면, 여기서 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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