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부인으로 침상의 더위를 잊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낮의 찌는 더위가 우리 곁을 파고들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름. 우리 선소들은 그 불볕더위를 어떻게 지냈을까. 풍류가 담긴 여름실내를 연출했던「그들의 여름」을 민속학자 맹인재씨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누마루>
가옥구조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누마루는 사랑방과 연이어진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기둥으로 높여져 있어 한층 건망이 좋게끔 꾸며진 것이 특징.
여기에 평상과 서상등을 놓고 벗을 청하여 시와 술과 한묵을 즐기곤 했다. 이 누마루는 여름철에 청한한 한때를 보내는데 큰 몫을 했다.

<죽부인>
대(죽) 가지로 엮어 만든 것으로 베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있다. 여름에 홑이불 속에 넣고 자거나, 껴안고 누우면 죽부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서 덥지 않고 시원하게 잠들 수 있다.
이 죽부인은 아버지가 사용하던 것을 아들이 다시 사용하지 않으며 부자간에 물려주지도 않는 풍습이 있다.

<부채>
부채는 죽부인과 함께 가장 사용 빈도가 높았던 여름용품중의 하나다.
대개 접선(접선)이라고 하는 접는 부채, 즉 합죽선류와 둥근 형태의 쥘 부채인단선류의 두 가지가 있다.
단선은 헝겊이나 종이로 만들었는데 그 형태에 따라 오섭선·파초선·진주선·태극선 등으로 부른다.
습선은 대나무를 가늘게 깎아 살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나 천울 발라 그림 또는 글씨로 장식했는데 얇게 깎은 겉대를 맞붙여서, 살을 만든 합죽선을 상품으로 쳤다.
합죽선은 외방에서, 단앙은 내방에서 흔히 사용했으나 시골에서는 내·외방 다같이 단선을 많이 사용했다.

<발>
겨울철 한풍을 막기 위해 방장을 치던 것과 대조적으로 여름에는 발을 쳤다.
그늘진 방에 시원한 바람을 통해주며 아울러 의부에서의 시선을 차단해주는 2중의 효과를 볼 수 있어 크게 애용됐다.
발의 재료로서는 시누대가 가장 많이 쓰였다. 시누대는 질기고 유연해서 실날같이 쪼개도 부러지지 않을 뿐아니라 위아래가 골라 균형감을 이루며 동시에 마디들이 모여 자연스런 문양이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불자>
여름철 집기중의 하나로 말꼬리나 중국산 얼룩소의 꼬리털을 묶어 손잡이를 달았다. 여름철에 많은 모기나 파리를 쫓는데 이를 사용했다.

<탑(탑)>
평상의 일종으로 여름철 나무그늘아래나 맑은 연못가에 두고 좌구로 사용했다.
수백년 묵은 고목의 그루터기를 잘라 펑퍼짐하게 하여 다리를 붙인 것으로 벌레 먹고 썩은 기괴한 형태감을 살리기 위해 일체의 장식을 배제했다.<홍은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