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근로자가 15평 아파트 가지려면|봉급25% 저축할 경우|24년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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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가 안 일어나는 것은 소득에 비해 집 값이 너무 높은데다가 장기할부금융등의 지원에 비하여 실수요자에 의한 주택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주택사업협회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도시근로자들이 15평정도의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한국인들은 월급(수입)을 몽땅 저축해도 6.1년이 지나야 되지만, 미국인들은 2.3년, 서독인들은 2.7년, 프랑스인들은 3.2년, 영국인들은 3.4년만 참으면 된다.
유럽지역에서는 네덜란드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아 4.4년이 걸린다.
집값이 무척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도 도시근로자들이 연간수입을 몽땅 저축한다면 4.8년만에 마이홈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근로자의 월급을 몽땅 저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월급의 25%를 내집마련 자금으로 저축한다면 15평정도의 아파트를 마련하는데 우리 나라에선 무려 24.4년이 걸린다.
한푼 두푼 모아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이 9년남짓, 유럽각국이 10∼13년 남짓되면 내집을 마련하는 것에 비하면 집값이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일본도 19.2년이면 된다.
구미에선 소득에 비해 집값이 싼데다 주택구입에 대한 장기할부금융제도가 완비되어있어 집값의 10∼20%정도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 나머지는 살아가면서 평생동안 갚는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주택구입융자금의 비중이 극히 낮은데다 금리 등 조건도 나쁘고 그나마 재대로 활용되지도 않고 있다.
주택구입 융자금이 집값의 20∼25%에 불과하고 그나마 아무나 혜택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목돈을 쥐지 않으면 집을 살 엄두를 못 낸다. 때문에 도시가구의 절반 가량이 무주택자지만 집이 안 팔려 빈집이 늘어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주택금융의 융자조건도 별로 좋지 않아 진짜 집없는 사람에겐 큰 도움이 못되고 있다.
수출금융이 연리 12%인데 비해 주택금융은 1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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