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추석은 '노고와 수확' … 새정치연합은 아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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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석은 1년간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민족 명절이다. 그런 추석이 코앞인데도 국회만큼은 노고·수확과 동떨어져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를 방기(放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 이래 넉 달 동안 국회의 법안 처리는 0건이다. 현재 본회의에는 경제 살리기와 민생 관련 등 90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법안 처리에 동의하지 않아 모두 막혀 있다. 새정치연합은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특별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른 법안도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막힌 건 법안뿐만이 아니다. 국회의 중요한 행정부 감시 기능인 국정감사는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국정감사는 야당이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권한이자 의무다. 국회 일정이 늦어지면 375조원으로 예상되는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국회가 공전하자 급기야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300명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들은 “19대 국회는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단 한 건의 법률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 기간 허비한 세비는 110억원에 달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주된 의무는 국가운영에 필요한 법안을 심사하고 예산 지출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권자의 분노와 개탄이 쌓이는데 국회가 정상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세월호특별법과 별도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서명파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내 강경기류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10여 명의 서명파 의원만 분주할 뿐 원로·중진과 개혁 의지를 가진 소장파는 무책임한 침묵에 갇혀 있다.

 이미 여야 원내대표가 두 차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은 진상규명과 문책·배상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유족도 문제지만 더 큰 책임은 ‘입법의 권한과 책임’을 유가족에게 미루는 새정치연합에 있다. 정당 지지율이 왜 급락하는지, 추석 밥상에서 무슨 성토가 기다릴지 그들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