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경제교육] 오호수 한국증권업협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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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근검절약은 미덕이었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모든 게 변변치 않았으므로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것조차 자급자족으로 해결해야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입은 교복과 학교 앞 식당에서 먹은 자장면이 돈을 주고 무엇인가를 사 본 나의 첫 기억이다.

이처럼 아껴쓰는 것이 생활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으므로 비록 경제교육이란 명목으로 부모님께 따로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일상 생활 구석구석에서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지 않았나 싶다.

부모님은 우리 형제들이 돈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할 때부터 대가 없이 돈을 준 적이 없다. 단돈 몇푼을 주더라도 항상 그에 상응하는 노동을 요구했고, 우리 형제들은 그런 일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농사일을 돕다 보니 언제나 할 일이 쌓여 있었다. 부모님은 월사금을 주실 때에도 집에서 기르는 돼지나 닭 모이주기 등 자질구레한 일을 시켰다. 아마도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뒤에도 살아오면서 아껴쓰고 땀 흘린 만큼만 대가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에 충실했기에 오늘날 풍요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부모 입장에서 자식들을 가르치다 보니 때로는 시대의 변화 속에 난감함을 느끼기도 한다. 없던 시절의 무조건적인 절약 정신을 강요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껴쓰는 방법보다 잘 쓰는 방법을 깨우치게 하려고 신경쓰는 편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나는 매달 용돈을 주기 전에 전달의 사용 내역을 만들어오라고 요구했다. 금액의 과다를 떠나 어린아이들에게도 나름대로 돈을 써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므로 아이들이 용도와 목적에 맞게 돈을 쓸 수 있는 습관을 갖게 하려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자 아이들 명의로 증권계좌를 하나씩 만들어 주면서 채권절세상품이나 증권저축에 투자하도록 권유했다.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해보면 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해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아직 아들 녀석들의 투자 성적이 어떤지 모른다. 그렇지만 믿고 싶다. 금전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더 큰 무엇인가를 우리 아이들이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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