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순매수 … 미국 제친 '차이나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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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차이나머니’가 관광·산업·부동산 시장을 넘어 한국 증시로 밀려오고 있다. 명동 상점과 백화점을 휩쓸던 중국인의 쇼핑백이 한국 주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중국 투자자는 올 초 이후 한국 주식을 1조9000억원 순매수하며 미국을 제치고 최대 외국인 매수세력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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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중국 자금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중국 자본의 ‘바이코리아’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수 규모(65조6000억원)의 13.6%를 차지한다. 삼성증권 전종규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한국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 자금은 미국과 중국 두 곳뿐이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중국이 바이코리아에 나선 이유로 중국 자본의 급성장, 국부펀드와 적격국내투자기관(QDII)의 해외투자 확대 등을 꼽았다. 또 한국 증시에 대한 중장기적인 자산배분 강화 측면에서도 매수를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차이나머니가 꾸준히 유입되면 수급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한다”고 했다. 특히 중국 정부관련 기관투자가가 운용하는 자금이 크게 늘고 있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나머니가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경로는 국부펀드·사회보장기금·QDII 세 가지다. 중국의 국부펀드는 글로벌 국부펀드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국부펀드 10위 안에 중국투자공사(CIC·4위), 중국외환관리국(SAFE·5위), 사회보장기금(9위)이 자리잡고 있다. 규모도 매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CIC가 6527억 달러(약 661조원)로 가장 많고, SAFE와 사회보장기금은 각각 5676억 달러, 2016억 달러를 운용한다. 전체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점차 채권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키우는 모습이다. 규모가 가장 큰 CIC는 전체 자금의 40%를 주식으로 굴린다.

 전종규 연구원은 “세계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국부펀드의 규모, 앞으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사회보장기금, QDII의 해외투자 확대 등을 감안하면 중국의 바이코리아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도 “차이나머니가 장기적인 매수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속도가 빨라지면 해외자금이 중국에 몰린다. 중국 정부에선 물가나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중국 투자자의 해외 투자를 적극 권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중국 투자자의 쇼핑백에 담길 한국 주식이 어떤 것이냐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대형우량주가 먼저 쇼핑백에 담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창목 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지도가 높고, 시가총액이 큰 기업에 관심이 높다”며 “차이나머니 역시 삼성전자·현대차 등 글로벌기업을 선호할 것”이라고 들려줬다. 전종규 연구원 역시 “기관투자가는 운용자금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큰 우량기업을 우선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수시장이나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소비주도 수혜주로 꼽았다. 화장품 처럼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꾸준히 주가가 오르고 있다. 전종규 연구원은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매년 20%씩 늘어 2018년에 1000만 시대가 될 것”이라며 “중국 관광객의 소비가 늘어나는 기업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중국 관광객의 소비와 차이나머니가 동시에 몰릴 수혜주로 아모레퍼시픽·파라다이스·호텔신라 등을 추천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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