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현충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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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월은 우리민족의 한이 서린 달이다.
조국의 산하가 3년여의 전화에 휩싸인 때가 6월이었고 이때 입은 상흔은 3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물지 않고 있다.
6·25동난중 국군의 상실만도 15만명이 넘었고 전쟁미망인은 13만여명을 헤아린다. 이들의 유족과 독립유공자가족, 공상공무원등 국가유공자를 합하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아직도 13만가구나 된다.
이들의 넋을 달래고 유족의 생활터전을 마련해주고 병환을 돌보아 주는 일은 오늘을 사는 바로 우리의 귀무다. 그들의 희생위에 오늘이 이룩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마다 6월을 「원호의 달」로 정하고 범국민적인 원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물질적인 지원 못지 않게 정신적인 지원에 중점을 두기로했다.
원호대상자들이 흔히 소외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이들에 대한 정신적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이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혹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면 후세의 누가 이들처럼 신명을 바칠 각오를 하겠는가.
원호의 참뜻은 원호대상자의 긍지와 자립의식을 심어주는데 있는만큼 원호실무를 맡은 당국도 20여년간의 국가원호업무가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왔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급한 불만 끄는식의 보조금지급은 생활에 조그만 보탬은 될지언정 이들이 과거를 떨어버리고 떳떳하게 살수있는 방편은 못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취업알선이 자활의 첩경이며 누차 강조된 생산적인 원호인 것이다.
사회적 격동기었던 작년을 제외하고 최근 수년간 원호성금의 모금이 1백억원을 넘어선 것은 원호에 대한 인식이 깊고 넓게 확산됐음을 의미한다.
어려운 살림이나 기업경영 속에서도 국민의 지원이 컷던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온정의 샘물이 마르지 앉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와같은 국민적 성원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원호병원의 설립과 장기복무 제대군인의 생활안정책 그리고 한국원호 복지공단의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한다. 원호업무가 과거보다 크게 강화되는 셈이다. 한국원호복지공단의 설립은 기존의 국립윈호병원과 국립재활원 그리고 신축중인 구호병원의 운영을 일원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만큼 상이음에 대한 의료시혜와 복지혜택의 진일보를 기대한다.
올해 처음으로 추진되는 장기복무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사업은 이들이 20년이상 군에서만 복무한 경력때문에 사회적 적응이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도와주자는 것이다. 주로 직업알선과 주완비지원, 자녀교육비 지원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바 군에서는 베테랑이지만 사회에는 초년병이기 때문에 겪는 당혹감을 불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마다 맞는 현충일이지만 가신이를 추모하는 행사에만 그치지 말고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반성과 결의의 날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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