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무원, 항공사로부터 무료 좌석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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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항공회사로부터 무료로 좌석 승급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항공교통센터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및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공무원 4명은 2011과 2012년 해외 출장을 가면서 대한항공으로부터 무료로 좌석 승급을 받았다. 일반석 항공권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마일리지도 공제하지 않아 각각 200만 원이 넘는 편의를 제공받은 것이다.

국토부 항공교통센터 소속 공무원 A씨(6급)와 부산항공청 소속 B씨(7급)는 2012년 11월 룩셈부르크로 출장을 가면서 120만 원 상당의 대한항공 일반석 항공권을 끊었다. 정작 비행기에 오를 때 이들 손에는 비즈니스석 탑승권이 들려있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무료로 좌석 승급 혜택을 받아 346만 원 상당의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강 의원은 "부당하게 226만 원 상당의 특혜를 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항공교통센터 소속 다른 공무원 2명도 2011년 영국으로 출장을 가면서 같은 방법으로 부당한 특혜를 누렸다.

이들이 부당한 혜택을 받은 시점은 국토부가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다. 국토부는 2012년 6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포함한 대대적인 '비리 제로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정해 직무와 관련해 100만 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교통편의)을 받은 경우 해임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부동산·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모두 경고 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감사를 통해 이들의 비리를 적발한 뒤 소속기관에 B씨는 징계 요구, 나머지 3명은 경고 조치토록했다. B씨의 경우 '비리 제로화 방안' 발표 이후 발생했고, 항공사 감독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감봉·정직·해임까지 가능한 '징계' 의견을 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부산항공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경고 조치로 사안을 매듭지었다. 해당 공무원들이 "먼저 승급을 요구한 게 아니라 (업체가) 알아서 해준 거다"라고 해명한 게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비리 제로화 방안' 시행 이전과 이후 처벌 수위가 달라진 게 없는 셈이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력한 제도 시행으로 공무원 비리가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부패 척결에 대한 부처의 의지는 높게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면서 "철저한 적발과 엄중한 처벌로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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