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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 총회장에 구회동 … 유혁기 대리인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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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총회장으로 뽑힌 구회동 구원파 의료인협회 회장. 사진은 지난 5월 18일 금수원 내부 공개 때 기자회견 모습이다. [중앙포토]

사망한 유병언(73)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뒤를 이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를 이끌 총회장으로 구회동(50) 구원파 의료인협회장이 선출됐다. 그는 지난달 30일과 31일 구원파의 본거지인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에서 열린 유 전 회장 장례식에서 실질적인 장례위원장 역할을 했다.

 구원파 조계웅 대변인은 31일 “지난달 말 총회에서 구 총회장을 선출했다”며 “앞으로 구 총회장이 집회와 성경 공부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구원파 내부 인사에 따르면 항문외과 전문의인 구 총회장은 유 전 회장의 측근 중 하나다. 이 내부 인사는 “구 회장이 건강이라든가 계열사들의 의료 사업, 신앙 등에 대해 유 전 회장과 자주 만나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손꼽힐 만한 측근 중 사법처리되지 않은 인물은 구 총회장 정도”라고 덧붙였다.

 구 총회장은 세모그룹이 소유한 서울 역삼동 빌딩에 들어선 ‘더편한몸의원’ 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현재 세모그룹 계열사 ‘클리앙’ 이사다. 올 7월 말 금수원에서 열린 구원파 정기 하계수양회 때 단상에 올라 설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5월 구원파가 금수원을 언론에 공개했을 때는 내부 이곳저곳을 직접 소개했다. 같은 날 금수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이재옥(49)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과 함께 질문에 답했다. 이재옥 이사장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구 총회장이 선출된 것을 놓고 “유 전 회장 혈연파 쪽으로 구원파 차기 구도가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유 전 회장의 뒤는 해외에 도피 중인 차남 혁기(42)씨가 잇는 게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여파로 혁기씨의 귀국이 불투명해지면서 “구원파 내부에 혈연파와 비혈연파의 주도권 다툼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유 전 회장의 측근이 총회장으로 선임된 데 대해 구원파의 한 간부는 “구 총회장이 구원파의 세력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가 혁기씨가 어떤 식으로든 복귀하게 되면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총회장이 당분간 혁기씨 대리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달리 “구원파 내의 세력 다툼이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원한 구원파 전직 고위 간부는 “총회장은 외부 이미지를 생각해 내세우는 일종의 상징적인 자리”라며 “그래서 구 총회장 전에도 의사들이 총회장을 많이 맡았다”고 전했다. 그는 “구원파의 자금과 재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사무국장이 누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망한 유 전 회장은 구원파에서 총회장 같은 직책을 맡지 않았다.

 30일과 31일 금수원에서 열린 유 전 회장 장례식에는 전국에서 온 구원파 신도 6000여 명이 참석했다. 구원파는 철저히 신도만 입장시킨 채 장례식을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일부 장례식 사진만 공개했다. 장례식장은 금수원에서 종교 행사가 열리던 대강당에 꾸며졌다. 제단에는 꽃들 가운데 유 전 회장이 사진 찍는 모습이 담긴 영정이 놓였다. 제단 뒤 대형 스크린에는 유 전 회장의 생전 모습이 계속 상영됐다.

 장례식에 참석했다 나온 신도들에 따르면 구속집행이 정지돼 장례식에 참석한 장남 대균(44)씨는 이틀 내내 장례식장에 머물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때때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31일 오전 10시에는 구 총회장이 장례 예배를 진행했다. 두 시간 예배가 끝난 뒤 운구행렬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스튜디오를 돌아 금수원 내 강당 뒷산으로 갔다. 봉분은 높이 1m 정도로 만들었고 비석은 세우지 않았다. 한 신도는 “묘소가 있는 곳의 경사가 가팔라 봉분 앞에 20명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신자(71)씨는 경사가 급한 데다 다리가 풀린 듯 내려오는 중 발을 헛디뎠다고 한다. 또 다른 신도는 “관을 묻으면서 장남 대균씨가 정말 펑펑 울었다”고 전했다.

 이날 장례식으로 인해 구속집행이 정지됐던 권신자씨와 대균씨 등은 오후 5시 승합차를 타고 금수원을 나와 다시 인천 구치소로 향했다.

안성=임명수·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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