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라는 낙인을 딛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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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무엇인가를 향해 꾸준히 올라가는 도중, 잠시 숨을 돌리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 본다. 마치 등산길에 산등성이에 올라『후유』숨을 들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시원함.
내가 걸어온 길이 좀더 험했기에 그 시원함이 더욱 상쾌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살인미수, 징역 3년6개월. 그리고 전과자라는 낙인.』내 과거의 욕스러운 삶의 내용들이 머리를 짓누른다.
그러나 좌절하고만 있을 순 없는 것.
넘치는 젊음과 무언가를 갖고 성취해야한다는 욕망이 책과 씨름하게 했다.
교도소 안의 고된 노역. 규칙과 그곳 나름의 관습, 그 틈바구니에서 새 삶을 계획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취침 전의 수 시간. 이것이 내가 찾아낸 나만의 자유를 누리고 새 껍질을 부수고 새 세계로 나오기 위해 벌인 사투의 시간이었다.
출감 후 1년 동안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옛 교과서를 들췄다. 모든 게 변해 있었다. 교과과정 뿐 아니라 입시제도까지도 전혀 달랐다. 입시준비를 위해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는 대부분 나이 많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배움의 길을 걷는 학생들이 많아 위안을 받았다.
검정고시를 치렀고 수석을 했다는 연락을 받고 기뻤다. 지금은 누군가와 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 괴로움을 겪고 지금도 어려운 환경에서 삶을 충실하게 가꿔 가는 젊은이들을 가까이 불러 가슴을 터놓고 싶다.
또 비뚤어진 길을 가는, 너무 호강스럽게 커서 삶의 진정한 모습에 흥미를 버리고 자극만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런 나의 과거를 털어놓고 싶다.
본드냄새를 맡고 광란의 음악에 몸을 비틀고 술에 취해 사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배움의 길을 가다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내 의지를 조금씩이나마 나눠주고 싶다.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그리고 피가 뜨거운 긺은 친구들과 함께 주어진 시간을 뛰며 생각하며 소리치며 웃고 울며 열심히 살고싶다.
윤여도 ▲충남 공주, 59년생 ▲81년 대입검정 수석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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