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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옥씨|「나이팅게일」기장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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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간호를 내게 주어진 사명으로 알고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런 명예를 안게 돼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모든 것을 조건 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알고 감사합니다.』 국제 적십자사가 주는 제28회 「나이텅게일」기장 수상자로 선정된 이성옥씨 (59·서울 고려병원 간호과장)는 「기쁨」과 「감사」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43년 세브란스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시립시민병원. 거제도 제 14 야전병원, 국립중앙 의료원, 국립정신병원 등에서 33년을 헌신한 보람으로 「간호원 최고의 명예」를 안았다.
「나이팅게일」기장은 적십자 국제위원회 (ICRC)가 회원국 적십자사의 추천을 받아 2년마다 한번씩 전세계를 통해 36명까지 뽑아주는 것으로 이씨의 수상으로 국내 수상자는 모두 22명이 됐다.
『간호는 신앙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 이씨의 지론. 영락교회의 권사이기도 한 독실한 크리스천 이씨는 평소 수하 간호원들에게도 늘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영적 간호」를 강조해왔다. 고려병원 1백41명의 간호원 가운데는 이씨의 전도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사람도 10여명에 이른다.
6·25 당시 서울시립시민병원(현 국립의료원 자리)에서 환자와 병원을 지키다 피난을 못 간 채 적 치하에서 온갖 역경을 이겨내야 했다. 1·4 후퇴와 함께 부산에 피난, 거제 포로 수용소의 야전병원에서 3년간 종군을 하기도 한 이씨는『조건없이 베푸는 사랑』에 공산 포로들도 결국은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거듭「사랑」을 강조했다.
아침 7시 20분 출근, 하오 6시 퇴근할 때까지 간호업무의 하나하나를 살피며 환자들과 함께 사는 이씨는 요즘 후배 간호원들이 봉사보다 직업의식이 앞서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편 김동렬씨(62)와 2남 1녀는 7년전 미국에 이주했고 엄마의 뒤를 이어 간호원이 된 두 딸은 서독에서 일하고 있어 혼자 국내에 남아 병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힘이 있는 날까지는 간호원으로 사명을 다하다 그만두면 전도사업에 종사하겠다』고. 외국의 자식들이 한데 모여 살자고 조르지만 자신이 할 일이 있는 곳은 우리나라라고 생각돼 국내서 살 생각이라고 말한다. 한국 간호협회 부회장 일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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