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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양립은 백해무익"|「한국문학협회」 발족에 붙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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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학은 개인단위의 작업이다. 따라서 창작활동은 단체의 존재와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갖지 않으므로 문학인의 모임은 친목단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인협회 정관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권익투쟁이 아닌 <권익옹호>를 그 주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 이의를 내세울 사람도 있을테지만 <미의 추구>를 숭상하는 진정한 문학인들은 한결같이 공명할줄로 믿는다.
그렇다면 최근 <두동강난 문단><두조각난 문단> 운운한 보도는 무엇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지난 9일 발족한 이른바 <한국문학협회> 출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문인협회 회원은 1천6백여명에 이른다. 그 10%도 안되는 1백여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한국문학협회>의 발족으로 문단이 두동강이 날 까닭이 없다. 그나마 그 1백여명 중 상당수는 8일부터 10일까지 문인협회에서 주최한 제10회 문학심포지엄에 참가한 사실을 미루어본다면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에서 더이상 이른바 <한국문학협회>에 관해 언급하고 싶지도 않으나 소위 발기취지문에 명시되어 있는 『이미 있어온 문학단체가 비민주적인 정관과 독선적 운영』 운운한 대목은 간과할 수 없다.
문협의 정관은 75년 당시 회원정수의 90%인 8백여명이 참가한 제15차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 임원직선제를 대의제로 개정한 것이다.
문단인구가 엄청나게 불어난 마당에서 직선제의 혼란을 방지하자는 전체회원의 직접적인 의사표시로 개정된 정관이 어째서 비민주적이란 말인가?
물론 직선제와 대의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문단 일각에서는 직선제로 환원하자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래서 문협이사회에서는 5인의 정관개정 추진위원을 선정해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음은 전회원이 주지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새로운 문학단체가 어째서 필요하단 말인가. 장르별의 모임 또는 동인제 그룹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범문단의 양립은 백해무익할 따름이다.
그래서 원로작가들은 금년초부터 태동한 새 단체에 대해서 한결같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오신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문단사회란 특수지대다.
생계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창작을 수십년간 계속해 오신 원로어른들을 제쳐놓고는 범문학단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를 가리켜 보수적이라고 헐뜯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문단만이 지니고 있는 미풍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문단의 양립을 꾀한 사람들은 순수문학인이라기보다는 전참의원인 설모시인을 이른바 회장으로 추대, 많은 문단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물론 필자는 설모시인의 문학적 업적이나 인격을 추호도 업신여김이 아니고 본격적인 정치인이었던 그분이 문학단체의 최고책임자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김에 한마디만 덧붙이고자 한다. 범문학단체의 분열은 문학인들이 정치에 휘말린 시기에 빚어지곤 했다. 8·15 직후의 좌우대립, 자유당 말기에 빚어졌던 한국문협과 자유문협의 대립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8·15 직후의 혼란은 일시 좌익의 기만에 속았던 양식있는 작가들이 본연의 자세를 찾음으로써 해소되었고, 자유당 말기의 대립 또한 양쪽의 원로작가들이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남으로써 저절로 해결되었다.
지금 우리의 눈앞에 있는 현실은 8·15 직후와도 다르고 자유당 말기와도 다르다. 정치적 혼란기를 극복한 우리사회는 바야흐로 총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백해무익한 문단의 양립을 꾀하여 어쩌자는 것인가?
더우기 그 주동 문인들이 금년초에 있은 문협총회에 임원으로 입후보하였다가 낙선한 사람들이어서 추감은 배가된다.
그러나 필자는 문단과 문단인의 양식이 문단의 양립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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