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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식당서 학생들 군것질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며칠 전 공무로 서울시내 모 중학교에 교사 한 분을 만나러 갔었다. 마침 수업 중이어서 끝날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교내식당에 들르게 됐다.
첫 교시가 끝나는 벨이 울리자마자 학생들이 번개처럼 식당으로 몰려와 라면 우동 김밥 빵 등을 마구 먹어댔다. 5백원이나 1천 원 권은 물론 5천 원 권까지도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거침없이 나왔고 식당주인은 돈 챙기랴 음식 나르랴 정신이 없었다. 오전 10시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렇다면 점심시간이나 오후 하학 무렵에는 과연 어떨까.
이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거르고 왔다면 그것은 게으른 늦잠 때문일 것이다.
식사를 거를 만큼 집안이 가난하다면 주머니 사정이 그렇게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면 아침부터 식당 문을 여니까 적당히 늦잠을 자더라도 서둘려 학교엘 가면 조반을 교내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학생들을 게으름에 빠지게 하고 용돈을 낭비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그것은 부모나 학생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으리라고 본다. 또 도시락 하나로 때우는 학생과 마음대로 군것질을 하는 학생사이에 생기는 위화감 같은 것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교내식당을 운영하는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학생들은 도시락을 지참하게 돼있고 군것질은 교육원칙상 금지시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갈 주춧돌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면 설혹 9가지가 학교운영에 보탬이 될지라도 1가지가 교육상 좋지 않다면 그 1가지를 의해 9가지를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신종호(서울 마포구 망원동394의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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