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L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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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영자의 맥박이 뛰고 있다』-.
오랜만에 미국의 한 주간지는 이런 표제를 달고 있다.『경제난국, 최악의 날은 끝났다』는 근자「US·뉴스·앤드·윌드·리프트일지의 기사가 그것이다.
미국은 정말 불법의 늪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것일까.
우연히도 같은 날짜의 다른 주간지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해답을 싣고 있어 인상적이다. 더구나 그것은 경제지상의 분석이 아닌「QWL운동」이라는 낯선 용어로 설명되고 있다.
미국경제 주간지인「비즈니스· 위크」는『새로운 노사관계』라는 특집으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미국최대의 자동차회사인 GM의 공장분위기를 통해 QWL운동을 소개했다.
QWL은「퀼리티·오브·워크·라이프」(Quality of Work Life)의 약자. 직역하면『근로자삶의 질』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것은 삶의 의욕을 북돋워 준다는 뜻에서 EQ(서경의 질)와 맥락을 같이 하며, 기업의 생산성과 제품의 품질을 높여준다는 뜻에서 QC(품질관리)운동과도 일맥상통한다. 바로 그런 의미로 QWL 이라고 명명했는지도 모른다.
이 운동은 벌써 1970년대 초 미국자동차노조 복위원장이었던「어빙·블루스턴」에 의해 제창되었다. 그때만 해도 기업인들은 그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동차노조의 임원들조차도 이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다.
역설하면「불행히도」그의 선견력은 적중했다. 「산업문명의 꽃」인 자동차공업에서 미국은 지난해부터 일본 같은 후발국에 뒤지고 있었으며 제철을 비롯해 모든 산업분야에서 낙후와 중미에 빠져들고 있었다.
문제는 생산성과 품질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과 기술의 문제였다.
특히 자동차공장의 경우 알콜과 마약중독, 무단결근, 근로정신의 결핍 등 근로자들의 자세는 기업이야 죽든 말든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그런 환경이 노사의 대립, 생산성의 저하, 품질의 하락을 가져올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일찍부터 품질관리와 향상에 눈을 돌렸던 일보을 당해낼 수 없었다.
QWL 운동은 한마디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작업환경과 인간관계를 개정하자는 것이다.
그런 절제와 자신의 노력은 품질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발전하고 이것은 자연 미국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QWL운동 이후 「제너럴·모터즈」의「캐딜랙」조립분야에선 평소 3천건이나 되던 근로자의 불만호소가 불과 70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어느 새 미국에선 QWL 운동이 슈퍼마킷· 은행· 관가 등에도 확산되고 있다.
『역경은 노기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생각난다. 일각의 능력이 있는 한, 미국의, 아니 어느 나라의 경우나 희망은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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