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시험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5공화국출범후사실상 첫국회라 할수 있는 제1백7회 임시국회는「시험국회」의 성격이 강하다.「단죄」받은 구시대의 국회와는 다른 새시대의 국회란 어떤 것인지, 구정치인과는 다른 새정치인은 어떠해야 하는지, 새시대의 국회와 행정부의관계, 다수당과 소수당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에관해 무언가 보여줘야하고 그 결과에 대한 국민의 채점을 받아야 할 국회가 이번 임시국회다.
그래서 이번 국회에서「가」 또는 「우수」로 판정받은 발언이나 자세나 운영방식은 앞으로 우리국회의 귀중한 전례로 정착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것은 가급적 이번국회를 끝으로 정계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구시대적인 것이며, 어떤 것이 새시대의 요청인가하는 기준의 문제는 말은 많았지만 구체적으로는 아직 분명치 않은 구석이 많은게 현실이다.
우선 새시대의 정치는 화합과 대화의 정치라고 강조되었다. 이점에 있어서만은 지금껏 민정?민한?국민당등의 관계로 보거나 임시국회운영문제의 협의과정등을 볼때 큰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소한 문제까지 각 정당은 진지하고 끈기있는자세로 대화했다고 평가할만하며 임시국회의 16일간 회기를 통해서도 이런 분위기는 지속될 것같은 전망이다.
더우기 제5공화국의 첫국회인 이번 국회야말로「모범국회」로 운영해보자는 민정당측의 배려로 다른 당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거나 논란이 예상됨직한 문제는 의안에 전혀 포함돼있지 않기때문에 이번 국회에서 과거와 같은 정당간의 이견이나 파란이나 독주나「저지」 같은 것이 없을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화합과 대화의 정신은 서로간에 문제가 없을때 보다는 문제가 있을 때, 이해관계가 첨예한 대립을 보일 때 더욱 필요한 법이고 또 그런경우라야 정말 그런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를 알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가 각정당의 화합과 대화의 정신을 충분히 테스트할 기회는 아닌셈이다.
새시대의 국회에 대한 또한가지 높았던 요청은 정치의 원내 수렴이란 명제였다.
과거 국회가 광활한 「성역」때문에 충분한 정치토론을 벌이지 못해 진짜 정치문제는 원외로 흘러가고 국회는 정치주재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큰폐단의 하나라고 고창되어왔다. 그렇다면 모든 정치문제를 원내에서 충분히 논의해 모든 당사자가 인정할 원만한 결론에 이르는 노력은 이번국회의 가장 큰 과제가 될것이다.
지금까지 정계에서 나오는 이문제에 관한 힌트를 종합해보면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정치의 원내수렴」이란 말은 많지만 뭔가 자제하는듯한 분위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민정당의 경우 경제?사회문제등에선 위험수위까지 가도 좋다는 원내사령탑의 독려도 있었지만 소수당을 겨냥한듯한「인기발언규제」논이 있었고 민한당의 예를 봐도 『정치문제보다는 정책문제에 역점을 두라』(유치송총재)는 권고가 나왔는가하면 일반의원들의「조심하는」 분위기가 자주 보였다.
따라서 얼마만큼 정치를 원내로 수렴하며 활성적인 국회가 될것인가 하는 점은 이번 국회의 최대 초점이 될것같다.
새국회는 행정부의 시녀가 되지말아야 한다는 자각이 다수?소수당을 막론하고 매우 높다.
특히 집권당의「당우위론」이 앞으로 국회?행정부의 관계에 어떤 작용을 할는지 궁금거리다.
행정부도 전례없이「성실답변」을 다짐하고 정당과 의원들도 대등한 관계」를 어느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런 븐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이번 임시국회는 일부 보여줄수 있을 것이다.당분간의 대등한 관계는 양쪽 요인간의 깍듯한 예절이나 절하는 각도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의사결정과정에서 양쪽이 컴플렉스없이 고유한 기능에 따라 얼마나 대등하게 참여하느냐가 열쇠다. 그런 점에서 이번국회가 얼마나 내실있는「대등한 관계」를 확보할는지 두고 볼일이다.
과거 여야로 양대별되던 것과는 달리 새국회는 민정?민한?국민당?의정동우회등 4그룹의 상호관계로 운영되는 체제다. 따라서 이번 국회는 3당내지는 다당제가 실제 운영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양당제의 폐단이 많이 지적된만큼 다당제의 장점을 이번국회는 부각시켜보일 책무가 있는셈이다. 또 근20년만에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한 혁신계의 활동은 미미한 숫자지만 관심의 대상이 될것이다.
이처럼 107회 임시국회는 새정치?새국회의 첫 시험대요, 첫 출발이며 전례를 만드는 국회라는 점에서 면밀히 주시할 대상이 된다.
또 주역들인 정당과, 특히 80%가 초선인 선량들로서는 국민들에 대해 새정치?새인물의 첫선을 보이는 가슴설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송진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