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각국서 11억불 어치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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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쩐지, 크리스탈』이란 일본소설 해적판 출판으로 한국출판계가 조금 시끌시끌하긴 하지만 해적판 디스크나 카세트테이프의 범람은 이제 전세계가 앓고있는 병이 되고 있다.
해적판 음반 등의 효과적인 퇴치 방안을 마련키 위해 지난달 말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저작권 보호기구」(OMPI) 회의는 지난 한해 동안 8억장 11억 달러 어치의 해적판이 세계시장을 휩쓸었다고 발표했다.
음반과 카세트테이프시장을 해적판이 독점하고있는 것으로 보고된 나라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모로코」 「시리아」 태국 「튀니지」 「터키」 등에선 음반시장의 80%이상을 해적판이 장악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여기에 속한다. 「그리스」 「포르투갈」재만 등은 50∼80%선.
해적판의 대부분이 마피아 조직을 통해 거래되는 미국은 10∼20%, 「프랑스」는 5∼1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불법적인 음반 등의 제작성행은 필연적으로 음반 및 카세트테이프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있다.
서독에선 작곡·연주·가수업 종사자가 40%나 줄었다. 「프랑스」의 경우엔 1936년 음반산업관련 종사자가 6만여명이던 것이 요즘은 1만5천명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70∼75%가 실업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젊은 음악인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판이 이처럼 활개를 치는데도 속수무책인 것은 해적판 제조 기술이 빼어나기 때문.
복사기술이 워낙 정교해 음질의 진가를 가리기 어렵고 케이스마저 그대로 찍어내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곤 라이선스제품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해적판 음반이나 카세트테이프가 라이선스제품보다 싼값으로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하는 일이 많은 것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다.
해적판인줄 모르고 속아 사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값이 헐하기 때문에 이를 고른다.
음반 등의 저작권 보호는 1883년에 체결된 저작권보호에 관한 「파리」협정에 근거, 1961년 「로마」협정으로 구체화됐고 1971년10월 「제네바」협정으로 명문화됐다.
해마다 1백16개 회원국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불법음반 등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은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만큼 해적판 디스크나 카세트테이프 열풍이 거센 셈이다.
요즘은 비디오테이프의 해적판까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제네바」회의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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