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최고령 자원활동가 이수생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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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스스로를 자원활동가라고 부른다. '남을 위해 일한다'는 봉사의 사전적 의미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하는 자원활동가는 3백여명. 이수생(72.사진)씨는 최고령 할머니 자원활동가다.

지난 18일 李씨는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 사무실에 마련된 '차곡차곡 뚝딱방'(옷 수선 작업실)에서 여섯시간째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기증받은 중고 의류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되는 점퍼나 남방 등 중고 의류는 하루 평균 5백여벌. 대부분 아름다운 가게 매장으로 직행하지만 李씨는 상태가 좋지 않은 옷에 단추나 지퍼를 달고 여기저기 뜯어진 곳을 수선한다.

지난해 아름다운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다가 자원활동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매주 한차례 6~7시간 일하다 보니 李씨가 수선한 옷은 벌써 2백여벌에 달한다. 젊은 시절 양장점과 옷 수선점을 운영해 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솜씨 좋은 기술로 '마법사 할머니'란 별명도 생겼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팔리는 중고 의류는 보통 5백원에서 2천원 정도지만 李씨가 수선한 작품 중엔 5천원에 팔려나간'명품'도 심심치 않게 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李씨는 "지금 사용 중인 가정용 재봉틀이 아니라 공업용 재봉틀이 있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 아름다운 가게'에선 ▶가전제품 수리▶옷 수선▶구두 수선▶시계 수리▶인터넷 쇼핑몰 등록.배송.포장▶기증품 분류.판매▶헌책 및 고서(古書) 분류.진열.판매 등을 도와줄 자원활동가를 찾고 있다. 02-367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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