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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봄철정예열병 「춘투」, 올해는 흐지부지…|고질적 파업에 시민들 식상…노조서도 자제|임금 7.6%인상합의, 대비했던 기업안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매년봄 한차례씩 일본전국을 마비시키는 근로자들의 춘계임금인상투쟁, 「순또」(춘투)공세가 올해에는 숨을 죽이고 지나갔다.
거리를 메우는 가두시위도 예년보다 줄었고 춘투의 상징인 교통파업도 흐지부지 끝났다. 22, 23일로 예정됐던 사철·버스파업은 22일 새벽 파업에 들어간지 2시간30분만에 풀렸고 23, 24일로 예정됐던 국철파업도 「17년만의 파업없는 춘투」로 끝났다.
일본신문들은 파업없이 끝난 올해의 춘투를 『춘투의 변질』, 『허약해진 춘투』니 하면서 큰 이변으로 다루고 있다. 1955년 춘투가 처음 시작된 이래 교통파업은 춘투의 상징적 행사가 되어왔다.
일본국민들은 봄이 되면 춘투가 시작되고 춘투가 시작되면 발이 묶인다는 전제아래 생활일정을 짤 정도다.
그 상식이 올해 비로소 깨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형식화한 파업행사에 일반국민들이 식상한 데다가 파업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국민들의 눈에 어리석게 비치기 시작한 때문으로 일본신문들은 분석하고 있다.
노조의 인기가 점점 떨어져 탈노조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한편 지난해 중·참의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더블스코어로 혁신야당에 압승한 것도 파업행사에 보이지 않은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하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올해 춘투에서 노조측 스스로가 가능한 한 파업을 피해야한다는 자세를 가졌던 것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총평 (좌익계노동단체)·공노협등 이른바 노동4단체는 당초 10% 임금인상안을 내걸고 행동통일을 다짐했으나 그 요구가 얼마 뒤에는 작년의 물가상승률 7·8%로 후퇴하고 끝내는 그 선에도 못 미치는 7·64%로 낙찰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파업중단으로 서민들의 발이 묶이는 불편은 면했지만 파업이 예고된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피해와 낭비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기업이 파업예정일을 후일로 결정, 종업원들을 놀렸고, 상가에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문을 닫을 수 없는 은행·종합상사등 대기업체는 사원을 재우기 위해 호텔을 세내거나 침구를빌리는등 파업대책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해야했다.
제일권업은행의 경우 파업이 중단됐지만 예약한 호텔비· 버스임차료등으로 하루 1천만 엔을 지불하고 있다고 입맛을 다셨다.【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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