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아들, 왜 키우기 힘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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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합니다. 1970~80년대에 초·중·고를 다닐 때만 해도 전교 회장은 으레 남자가 했습니다. 각 반 반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가 반장을 하면, 여자가 부반장을 맡았습니다. 투표로 뽑는데도 예외가 없었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다들 그걸 자연스럽다고 여겼구요. 남녀공학 학교에 다니면서 남학생이 여학생에 치인다거나, 공부를 더 못해 걱정이라는 말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남아선호사상이라든가, 남녀차별, 혹은 유리천장이라는 단어가 제 귀엔 항상 더 많이 들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들을 낳아보니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더군요. 특히 학교는 모든 면에서 여학생이 주도하는 세상입니다. 공부는 물론 임원 선출 등 모든 면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압도합니다. 똑부러진 여자애들과 달리 남자애들은 어리숙하기만 합니다. 맨날 덜렁덜렁 준비물 빼먹고, 숙제 제대로 못챙기고, 그것도 모자라 소리 지르며 복도 뛰어다니다 선생님한테 혼나기 일쑤입니다. 잘못한 만큼만 혼나면 좋으련만, 어떤 여자 선생님은 시끄럽고 땀냄새 난다고 대놓고 남학생 싫어하는 티를 내며 더 가혹하게 혼 내기도 합니다. 공부라도 좀 잘 하면 좋겠는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시험 못 봐도 삼삼오오 모여 축구만 하면 좋다고 낄낄댑니다. 그러니 아들 둔 엄마들은 모이기만 하면 “대체 이 덜떨어진 애들을 어떻게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최근 아들 키우기 힘들다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아들이, 아니 남자의 본성이 갑자기 바뀌었을 리는 없을텐데 왜 갑자기 아들 키우기가 그렇게 어렵게 된 걸까요.

이번 주 江南通新 커버 스토리는 이런 의문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정말 아들 키우기가 힘든 것인지, 그렇다면 대체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아들 둔 엄마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들어보니 아들 키우기 힘든 것, 맞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달라져서라기보다 혹시 아들에게 요구하는 엄마의, 아니 사회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요.

지난주 첫선을 보인 ‘당신의 역사’가 인상적이었다는 독자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번 주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1970년대 로저 무어와 007 시리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를 찍기도 했던 원로배우 오순택씨를 통해 한국 영화의 할리우드 진출 도전기를 담아냈습니다.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선 사철 군밤집으로 유명한 압구정동의 부부 군밤장수를 만났습니다. 한여름에도 군밤만 고집하는 이유를 직접 확인해 보시죠.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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