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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에 사고위험 도사린 길목…어린이 교통정리 꼭 시켜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각급 학교 근처에서 등·하교 때마다 어린 학생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은 물론 매연까지 뒤집어쓰면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학부모들과 사회각계 인사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교통정리를 맡고있는 통학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호등이 없는 곳으로 운전사들이 경각심을 덜 느끼게 마련이어서 어린이들의 안전이 『운전자들의 처분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학부모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공해학자들은 호흡기 질환에 민감한 어린이들이 매연의 피해를 보는 것을 경고하고있다.
관계자들은 어린이들을 사고의 위험 앞에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학교주변에 신호등 등 교통안전기구를 설치해야하며 학교 안에서의 교육을 통해 사고를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8일 하오 신호등 없는 서울 신정동 영등포여상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여고생과 국민학교 어린이가 무면허 용달차에 떠 받힌 사건은 이 같은 사례중의 하나.
이날 숨진 남기태군(8·양동국교2년)은 교통정리 중이던 손미숙양(19·영등포여상2년)의 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다 손양을 치어 쓰러뜨린 뒤 달려온 서울1라3715호 픽업용달차(운전사 정달용·25)에 치여 변을 당했고 손양도 부상했다.
정씨는 면허도 없이 졸며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경에 따르면 지난해 이 같은 무면허운전 등 난폭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서울에서만 1천4백4건에 이르렀고 이달들어서만도 l일부터 8일까지 무면허 등 난폭 운전자가 4백4명이나 적발됐다.
난폭 운전 못지 않게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것은 매연. 횡단보도에서 일단 멈췄다가 출발하는 차량은 더욱 심한 매연을 내뿜게 마련이어서 교통정리를 맡고있는 어린이들이 매연을 그대로 뒤집어쓴다는 것.
권숙표 교수 등 공해전문가들도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매연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민감하므로 교통안전시설과 학교 안에서의 교통교육을 강화하고 어린이들은 거리에 내보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 학교근처 횡단보도에는 반드시 신호등을 세워 어린이들이 따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없도록 했고 다만 담당교사들이 나와 신호등에 따라 어린이들이 제대로 길을 건너가도록 지도만 해주고 있다.
대신 학교 안에서의 교통안전교육은 철저해 「교통안전」이란 교과서가 따로 있고 「도오꾜」중심부에 어린이교육용 교통시설이 완비된 「교통공원」까지 따로 만들어져 있어 수시로 현장교육에 이용되고 있다.
서독의 경우도 모든 교통시설이 갖춰진 교통학교가 따로 있어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수업의 일부로 현장교육을 받고있다.
어린이 교통경찰대는 61년12월 경찰이 주선해 조직한 것으로 서울의 경우 현재 2백65개교에 1만9백24명이 대원으로 선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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