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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사창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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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공최대의 제철공장인 상해 보산제철공장 건설계획은 중공이 국가적 체면을 세우려다가 오히려 먹칠한 대표적 사례다. 중공은 연초 일본 등과 이미 계약한 이 공장건설의 제2단계공사 계약을 취소하면서 일본회사에 진사까지 하는 망신을 자초했다.
포항제철만큼이나 규모가 큰 상해교의 보산구의 이 공장부근에는 중공의 체면을 여지없이 깎아 내린 또 다른 독버섯이 자라고 있다. 공장건설에 동원된 수만 명의 기술자와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밤의 꽃」들이 버젓하게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상해경찰당국은 지난해 10월 보산공업지역 주변의 개인여인숙 수십 개를 폐쇄했다.
이 개인여인숙의 구조는 서울역 앞 옛「양동」을 그대로 연상하면 될 만큼 더럽고 다닥다닥 붙은 건물에 합판으로 칸막이한 조그만 방들로 벌집처럼 되어있다. 두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지상낙원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수백 개의 여인숙이 삽시간에 들어서 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여인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곳엔 여자가 있고, 정상적으로는 구하기 힘든 각종 생활용품이 마련되어 있으며, 마작 등의 도박용구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기술자와 노동자는 다른 지방에서 단신으로 차출되어오기 때문에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중 두 차례의 공식휴가 말고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하는 수많은 이들 단신노동자들의 인간적 고뇌는 중공의 전국적 문제가 되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게 마련인 경제원칙은 성의 영역이라고 해서 예외일수 없다. 상해의 「문회보」는 그래서 『과거 상해의 악명 높던 「죄악활동」이 또 다시 출연했다』고 했다.
중공의 남대문이라는 광주의 동방호텔에는 윤락여성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손님을 유혹한다. 동방호텔의 전자오락실에는 화려한 옷차림과 짙은 화장을 한 소녀들이 허벅지를 드러내면서 스타킹을 걷어올리는 육감적인 몸짓으로 관광객의 무료한 눈길을 확 끌어당긴다. 대담한 소녀들은 관광객에게 노골적으로 흥정을 걸기도 한다고 현장을 목도한 「홍콩」화교 섭건문은 전했다.
좌익「동향」지에 기고한 글에서 섭은 광주의 대표적 호텔인 동방호텔이 그 지경이니 다른 호텔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느냐 면서 중공당국이 나라의 체면을 실추시키고 각종 사회악의 온상으로 발전할 소지가 많은 「사창」의 존재를 보다 강력하게 단속할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
북경대학의 여학생이 몸을 팔다가 경찰에 붙잡혀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다소 예의적인 경우이기도 하지만 대도시의 「사창」번성은 등소평(당부주석)도 중공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어려운 문제중의 하나로 꼽을 정도로(「홍콩」의 「칠십년대지」)심각하다.
광주시경찰당국은 80년1월부터 4월까지 넉달동안 15세에서부터 25세에 이르는 윤락여성 1백22명을 적발했다. 그들의 성분을 보면 ▲부업여성 68명(50·2%) ▲여공 29명(24%) ▲시골처녀 17명(13·8%) ▲현장실습을 배치 받았다가 농촌에서 도망친 지식여성 8명(7%)으로 각각 밝혀졌다. 50%이상의 「요화」가 일자리를 얻지 못해 그 지경에 빠진 셈이다. 또 다른 경찰조사는 광주에 남녀 포주가 약1백10명쯤 있으며 포주 한 사람마다 평균 3∼8명의 윤락여성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했다(「홍콩」의 「광각경」지 80년11월호).
중공당국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해외관광객들에게 대륙여행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문제도 사연의 급격한 증가 가능성이었다(중공관광총국의 한 고위관리의 79년7월 「홍콩」발언).
중공당국의 이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홍콩」의 매춘집단이 광주 등지에 진술하여 그곳의 지하매춘집단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도색산업을 운영하고 있다.
「홍콩」측은 섹스관광만을 조직하고 중공 측은 이들 관광객들에게 여자들을 공급하는 분업체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지명(「홍콩」화교「광각경」지 80년1월호)은 폭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현지처」의 존재다. 「홍콩」화교들간에는 「홍콩」에서 혼인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대륙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공처녀들이나 그 부모들도 「홍콩」교포를 최고의 신랑이나 사위 감으로 치고 「홍콩」교포라고 하면 사죽을 못쓴다.
물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혼인을 빙자하여 살림을 차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현지처 가운데 일부는 드문드문 찾아오는 「홍콩」낭군을 기다리는 사이에 몰래 외간남자들을 맞아들이기도 한다. 일부 윤락여성들은 화교로 가장해 거리를 활보하면서 유객한다. 광주에서는 이 같은 여자들을 「가동포」라 부른다. 그들은 「홍콩」식 머리모양을 하고 「홍콩」제 옷으로 성장하여 동방호텔 또는 유명한 문화공원, 광주역 앞을 오락가락하며 관광객이나 행인들을 향해 눈웃음을 흘린다. 이들을 진짜 「홍콩」화교와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이 신은 구두가 하이힐이 아니면 그녀를 「거리의 여인」이라고 판단해도 틀림없다. 하루평균 5천명이상 씩 쏟아져 들어오는 「홍콩」화교의 행렬이 계속 되는 한 중공의 사창은 뿌리뽑히기는커녕 오히려 더 번성해갈지도 모른다. <이수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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