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둘째딸 민정씨, 그 힘들다는 해군 항해병과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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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딸이 해군 장교가 되겠다고 자원했다.

 해군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의 둘째딸 민정(23·사진)씨는 지난 4월 제117기 해군 사관후보생(OCS)이 되겠다고 서류를 제출했다. 그는 필기시험에 합격해 지난달 면접과 신체검사까지 마쳤으며, 현재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해군은 오는 29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정씨가 합격할 경우 재벌가 여성으론 첫 장교 타이틀을 갖게 된다. 민정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로 어머니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다.

 특히 민정씨는 해군 보직 중 상대적으로 힘든 항해병과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항해병과는 함정을 타고 근무하는 병과다.

 노소영씨의 오랜 지인은 “(민정씨가) 10대 때부터 군대를 동경해왔다”며 “외할아버지(노 전 대통령)가 군인이었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민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경제적으로 독립하겠다는 선언을 했을 정도로 당찬 성격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모두 중국에서 나왔다. 고등학교는 수업료가 비싼 국제학교가 아닌, 중국인이 다니는 일반 고등학교(런민대 부속고)를 졸업했다. 방학 때 한국에 와서는 강남역 근처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벌기도 했다. 대학(베이징대 경영학과) 입학 후에도 영어·수학 과외를 지도하는 등 자기 힘으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노소영씨는 지인들에게 “대학 입학 후에는 집에서 돈 한푼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하곤 했다.

 베이징대 1학년 때인 2010년 민정씨는 고교·대학 친구들과 비정부기구(NGO)인 ‘인터컬처럴 유니온(ICU)’을 설립했다. 한·중 문화 교류와 관계 증진을 위한 기구였다.

그는 2년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동양이 어떻게 서양의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나온 결론”이라며 “외할아버지에 관한 자료를 도서관에서 찾아본 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동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 부부는 딸이 ICU를 설립했다는 걸 몰라서 기부 등 재정적 후원을 하지 못했다. 이 단체는 회원 수가 20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고, 사회적 기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한 지인은 “아버지인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 육성에 유독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부녀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지난해 급여와 상여 등 301억원을 기부하며 대부분을 사회적 기업 관련 사업에 쓰도록 했다.

최 회장은 1남2녀를 두고 있다. 큰딸 윤정(25)씨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다. 최 회장의 외아들인 인근(19)씨는 미국 하와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 미국 명문대인 브라운대에 입학한다. 민정씨가 최종 합격을 할 경우 9월 15일부터 10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 네티즌들은 “신선한 충격”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용수·김현예 기자 [사진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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