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순수」함께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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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참여」냐, 「순수」냐 하는 문제는 지난 l0여 년간 우리문단에서 하나의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다. 특히 시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어 시인의 「당대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자세를 구별하는 선까지 나아갔다.
시단의 이 같은 양대 산맥은 각각 발표의 장까지도 달리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 장은 없어졌고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도 조금은 수그러진 느낌이다.
77년 느지막하게 시단에 데뷔하여 지난해 계간문예지 「세계의 문학」이 주는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시인 김명수씨에게도 「상대의 삶」에 대한 시인의 자세란 점에서 「참여」와 「순수」는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수용되어야 할 것이었다.
김씨는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한도에서는 냉정한 입장을 지켜왔다고 말한다.
『시대의 변화에 직면했을 때 시인은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현실을 이야기하려다가 관념을 너무 수용하면 시의 본질적인 요소인 서정이 죽어듭니다. 서정과 현실이 함께 표현될 수 있는 시가 필요하지요.』
이 같은 말은 그의 시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침묵』『어금니』『자석』 등이 그것이다.
『시적 체험의 치열한 표현은 반드시 현실의 외관묘사로써 확보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딘 상황의 본질을 시적으로 직관했을 경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외면 속에서도 충분히 나타낼 수 있습니다.』
김씨의 시는 시적 승화를 미끼로 우리를 그 저 편에 있는 현실의 어둠으로 이끌어가려고 한다. 그의 시의 바탕은 현실의 어둠이라고 어떤 평론가는 말한 적이 있다. 이 시가 지난 10여 년간의 분위기를 포착하는데 성공했다고 들면서.
김씨는 연초 자신이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반시동인 작품집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람』 을 내놨다.
『반시동인들과는 호흡이 맞는 것 같습니다. 6월쯤에는 동인중 한사람의 작품집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저 자신이 반시동인으로 그들과 자리를 함께 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시가 최근 들어 조금 더 상식적인 삶의 희노애락을 다루려 하고있는 것은 당연한 변화인 것 같다.
신경쇠약으로 불면의 밤이 많다. 그런 밤에 시를 생각한다.
『우리의 문학이, 시가 요즈음 외적으로 침체한 것 같습니다. 왜곡·은유·상징·우화적으로 표현되는 문학의 시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문화의 백화난침이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안동출신으로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개인초청으로 서독에 가 공부를 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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