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자유노조의 「영웅」 「레흐·바웬사」는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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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개월 째「폴란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노조의 대공산정권투쟁은 또 하나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주 경찰은 처음으로 노조원들에 대해 폭력을 사용했고 이에 반발한 전국 노동자들이 경고파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노조운동이 공산권의 존속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가면 소련군은 「헝가리」와 「체코」에서처럼 무력개입을 할 것으로 보이며 그런 사태는 소련과 서구관계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 폭풍의 와중에 무명의 노조원에서 일약 「폴란드」자유화의 영웅이 된 사람이 자유노조「솔리대리티」의 의장 「레흐·바웬사」(38)다. 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이탈리아」의 여류언론인인 「오리아나·팔라치」와의 최근「폴란드」안에서의 인터뷰 내용을 영「선데이·타임즈」지에서 요약 전재한다. 【런던=장두성특파원】

<이 여류언론인과 인터뷰, 영지서 보도>
▲「바웬사」가 말하는「바웬사」=나는 외교관도 아니고 모임의 사회자도 아닐뿐더러 지식인은 더욱 아니다. 나는 세련되지 못한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이뤄야 할 목표는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장군에게건, 수상에게건 위축감을 느끼지 않는다. 수상의 책상도 내려칠 수 있다.
나는 좌파건 우파건, 공산당이건 자본주의자건, 「로자·룩셈부르크」의 후예건 사회민주주의 신봉자건, 어떤 낙인을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오로지 민중을 위한 일을 할 뿐이다.
젊을 때 술을 많이 마시고 아가씨들도 좀 건드렸다. 그러나 이제는 여섯 아이를 가진 아버지이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나는 어릴 때부터 쌓인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이다.
그래서 그 분노를 통제할 줄 안다.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타이른다. 『벽은 몸뚱이로 무너뜨릴 수 없다. 서서히 움직이지 않으면 벽은 그대로 남고 내 머리만 깨질 뿐이다.」
▲「그다니스크」 사건의 발단 경위에 대해=지난해「그다니스크」부두에서 파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4명의 경관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들을 간신히 빼돌리고 현장에 갔을 때 2천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앞에서 관리책임자가 무엇인지 약속을 하면서 해산하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아무도 항거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고 일부는 시키는 대로 해산을 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자 내 피가 끓어올랐다. 나는 사람들을 비집고 나가서 그 관리책임자에게 왼쪽 주먹을 한데 힘차게 먹였다. 그자는 넘어졌다. 나는 그에게 우리는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모인 노동자들이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이 운동의 지도자가 된 것이다.
▲「프라우다」지가 그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부른데 대해=나는 어떤 분계선이나 색깔이나 이념을 넘어서 정의를 요구한다. 배고픈 토끼는 분계선을 인정치 않으며 이념을 따르지 않는다. 배고픈 토끼가 음식을 찾아 나갈 때 다른 토끼가 탱크를 몰고 와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음식을 찾아 나서는 토끼에게서 배워야 한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는 게 고작 50∼60년인데 굶주림과 가난에 허덕여서는 안 된다.
▲공산주의에 대해=「폴란드」사람의 주머니 속에 든 것 또는 상점에 있는 물건으로 따진다면 공산주의는 별로 해준 것이 없다. 그러나 영혼의 측면에서는 공산주의로부터 큰 혜택을 받았다. 사실 우리의 영혼은 그들이 원한 것과는 정반대의 것으로 가득 차도록 공산주의가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을 믿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 교회들은 믿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유물론자가 되고 희생정신을 버리라고 가르쳤는데 우리는 반유물론자이고 희생정신을 갖고 있다. 그들은 총과 탱크를 두려워하도록 가르쳤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두렵지 않다.
▲지식인에 대해=지식인에 대해 열등의식만 갖지 않는다면 그들은 유용한 존재다. 지식인이란 사태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결단을 내리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흠이다. 그들은 토의하고 검토하기를 즐기지만 그 들이 5시간 토의한 후 내린 결론은 내가 5초만에 내린 결론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을 배척하면 두더지처럼 땅속으로 기어와서 결국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폴란드」의 장래에 대해=「폴란드」는 결코 80년 8월 이전의 사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결코.
▲자신의 장래에 대해=지금부터는 내리막 길이 될 것이다. 나는 정상적 상태에서 룰을 지켜가면서 행동하는데는 맞지 않는 인물이다. 또 나는 극도로 피로해있고 심장이 엉망이다. 나는 지난해 8월에 한 일을 다시 하라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최악의 사태가 오면 사람들은 나에게 비난의 화살을 쏠 것이다. 지금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나에게 돌을 던지고 나를 짓밟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타격을 받는다 해도 나는 현재의 위치를 지킬 것이다. 불필요한 불을 꺼주고 이 운동을 굳건한 조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투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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