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 신입생-내년부터 학과별 모집 검토|문교부서 모집 방법 대학 재량에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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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대를 비롯, 고대·연대·서강대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82학년도부터 신입생의 학과별 모집을 부활하거나 모집 계열을 지금보다 크게 세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각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행 제도가 학생을 단과 대학 또는 계열별로 모집한 뒤 2학년 진급 때 주로 성적순으로 학과를 배점토록 돼 있어 ▲일부 인기학과 집중 현상으로 비인기학과의 정상적인 운영과 균형 있는 인력 수급이 어렵고 ▲원치 않은 학과에 배정된 학생들이 소속 학과에 대한 애착을 갖지 못하며 ▲특히 학과 분류가 안된 1학년 과정에서는 교수와 학생간의 이해나 신뢰감이 형성되지 않아 지도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교부도 최근 각 대학에 학과 중심 학생 지도 체제를 갖추도록 시달하면서 종래의 계열별 모집 권장 방침을 바꿔 학생 모집 방법을 대학 실정에 따라 재량껏 선택하도록 한다고 밝힌바 있다.
대학 신입생의 단과 대학 또는 계열별 모집은 「실험 대학」 제도가 처음 도입된 73학년도부터 연차별로 시행되기 시작, 81학년도엔 대부분의 대학이 계열별 모집을 했다. 그러나 계열별 모집 제도가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등 장점도 있지만 이보다 단점과 부작용이 더 많이 드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그 동안 학과별 모집을 은근히 바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 제도를 시행해 왔었다.

<서울대>
김종운 교무처장은 9일 『최근 교수 학사 협의회에서 많은 교수들이 학과별 모집을 건의했다』고 밝히고 『학과별 모집과 계열별 모집의 장·단점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계열별 모집 실시 이후 이 제도의 문제점과 부작용이 적지 않아 해마다 계열을 세분하는 문제 등 개선책을 검토했으나 지금까지 이상적인 방안을 찾지 못했다.

<고려대>
지금까지 어문계를 국문·중문·노문 등의 어문Ⅰ과 영문·독문·불문의 어문Ⅱ로 구분, 두 계열로 나누어 모집하고 있으나 같은 계열 속의 학과간 학문 영역이 너무 다르고 정외과와 경제과도 정경계로 모집하고 있으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를 분리, 모집할 방침이다.
김권호 전교무처장은 경영계의 경영과와 무역과를 제외한 법학계 (법학·행정학)·어문계·인문계·정경계 등 대부분의 계열을 학과별로 모집할 것을 교수들이 요구하고 있어 문교부가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면 분리 모집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연세대>
내년부터 학과별 모집을 택할 방침이다. 안병준 교무처장은 『올해 입시에서 학과별 모집신청을 했으나 실험 대학 규정에 묶여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대부분의 교수들이 학과별 모집을 원하고 있어 자율 선택을 허용한다면 학과별 모집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유목상 교무처장은 『학과별 모집이 입학 후 학내 유동으로 인한 혼란을 막고 학생 지도에도 좋다』고 지적, 『대학 나름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학과별로 모집하고 각과 정원의 10%범위에서 전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강대>
계열의 세분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인문계로 묶여 있는 국문·영문·독문·불문과와 사학·철학·종교학과를 어문계와 인문계로 나누고 사회 계열의 신문방송학과·사회학과·정외과는 과별 모집으로 전환할 방침으로 있다.

<동국대>
목정배 교수 (불교학) 는 『계열별 모집은 대학의 개성을 완전히 말살하는 제도』라고 지적,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정해지는 전공 학과에 애착을 느낄 수 있겠느냐』면서 학과별 모집이 학문 발전을 위해서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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