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저자세외교' 논란 확산

중앙일보

입력

오는 23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북한.미국.중국의 3자회담에 한국이 배제된 데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에서 16일 "저자세 외교"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고,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모양새가 아니라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고 반박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베이징 회담이 개최될 경우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내는 문제를 검토할 방침이어서 다자회담 한국 제외 파문은 정부와 야당의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盧대통령은 정부가 다자회담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외교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우리가 배제된 3자회담은 우리가 북핵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란 입장에서 출발한 정부의 기본정책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한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다자회담의 틀을 만들도록 정부가 북.미 등과 재교섭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에선 정대철(鄭大哲)대표와 대변인단이 "3자회담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대치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바꾼 데 의미가 있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했으나 의원총회에선 비판발언이 속출했다.

이만섭(李萬燮).최명헌(崔明憲)의원은 "우리가 빠진 회담을 정부가 동의해준 데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에 못 들어가면 앞으로도 계속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애당초 북.미의 양자대화가 중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으나 미국에 의해 한국을 포함한 다자구도가 거론됐던 것"이라면서 "새삼스럽게 우리가 끼어들면 (회담의) 성격을 그르칠 수 있고 겨우 차려놓은 판을 깰 수도 있다"며 3자회담 수용입장을 확인했다.

盧대통령은 또 "정부의 체면을 위해 대화의 핵심을 흐리게 할 수 없다"면서 "한국이 회담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많은 사람이 섭섭해 하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지만 정부는 인기를 의식하지 않고 국익을 위해 당초 방침대로 차근차근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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