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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과 비평기능』토론 지상중계|인상비평 아닌 전문평론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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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극 음악 무용 등 공연예술에 대한 비평의 기능을 올바로 파악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해보자는 의도로 「크리스천·아카데미」(원장 강원룡)가 마련한 대화의 모임이 2월28일∼3윌l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다. 『한국 공연예술과 비평의 기능』을 주제로 한 이번 모임은 분야별로 활약하고 있는 60여명 예술가 및 비평가가 자리를 함께 한 드문 자리였다.
그러나 분야별로 6명의 발제강연에 이어 참가자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된 이모임에서 토론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발언만을 되풀이하여 예술과 비평의 거리를 다시 느끼게 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허규씨(민예극단대표)는 한국에서 공연예술이 활발해진 70년 이후 예술가와 비평가 사이의 『긴장된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평가의 기준 없는 독단, 예술행위에 대한 후견인적 고자세, 정실에 얽매인 태도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80년대 비평은 『한국연극의 주체성확립에 집중되어야할 것이다』고 제시했다.
이상일교수(연극평론·성대)는 평론은 인격을 건 증언의 형식이라고 말했다. 예술가와 비평가의 대립관계는 예술창조의 시금석이 되고 좋은 예술을 낳는 계기와 자극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동욱씨(국향타악기수석)는 인상비평이 아닌 비평전문가에 의해 전문적인 비평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이강숙교수(음악평론·서울대)는 비평의 궁극목표는 연주평·작품평으로 비롯된 연주가와 비평가의 갈등이 아니라 우리 인간 전체의 삶을 복되게 하는 음악계 풍토조성에 있다고 말했다.
문일지씨(시립 무용단장)는 지나친 과찬과 빗나간 관점의 비평 모두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무용가에게 보탬이 되는 비평이 되기 위해서는 상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열씨(무용평론)는 청중을 염두에 둔 창조적이고 정당한 판단에 의한 평가만 이 춤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부족함을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자유토론에서 김정옥교수(자유극단·중앙대)는 공연예술의 발달을 위한 「저널리즘」의 책임을 크게 강조했다.
신문과 잡지에 공연예술에 관한 고정란을 두고 비평가, 또는 전문기자의 기사를 통해 공연과 독자를 신속하게 연결할 때 어렵게 얻어지는 지면 때문에 비평가가 유격대화하는 비평생리의 취약점이 보완되고 공연활동도 활발해지리라는 것이다.
안민수씨(연출가·서울예전교수)는 자신은 평론가의 반응은 안중에 없다고 말하면서 작품에 최선의 애정과 노력을 기울인 후 자신이 생각하는 관객의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비평가들의 극일적인 비판은 자칫 포력화할 수 있다는 김정옥교수의 우려에 관해 이태주교수(연극평론·단국대)는 이념적으로 비슷한 사고를 가진 경우는 우연히 일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약속을 하고 비평을 하지는 앉는다고 주장했다.
신동옥씨(비올라·서울대감사)는 자격 있는 연주자와 비평가만이 활동할 수 있는 음악 풍토의 「프로페셔널리즘」의 확립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소자의 연주회를 신동라이고 과찬하는 식의 기준 없는 비평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이강숙교수는 전문적인 음악비평은 비평을 읽는 대상이 전문지독자가 아닌 일반독자인 신문일 경우 매체의 성격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건용교수(작곡·계명대)는 지금 음악계에 시급한 것은 예술가와 비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협조에 의한 청중확보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첫날의 공개토론, 둘째날의 분야별 토론에 참가했으나 대부분 자기입장만을 확인했을 뿐 이렇다할 대화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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