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교여자 6년생이 칼로 급우 찔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국민학교 졸업반 여자 어린이가 공부를 잘하는 같은 반 친구를 시샘, 말다툼 끝에 칼로 찔러 궁상을 입혔다.
지난 13일 하오 2시쯤 서울 금호동 1가 김성중씨(40·가명·회사원)집 안방에서 김씨의 장녀 은정양(13·가명·K국교6년)이 같은 반 친구 김정숙양(13·가명·서울 금호동 1가)의 왼쪽 가슴을 길이 20cm가량의 과도로 찔러 전치 5주의 중상을 입혔다. 칼에 질린 정숙양은 한양대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피해자인 정숙양에 따르면 이들은 졸업식 전날인 13일 하오 학교가 파한 뒤 은정양이 『우리 집에 가서 내일의 졸업식 얘기나 하자』고해 서모·이모 양 등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은정양의 집으로 갔다.
은정양은 친구들에게 사과를 깎아주면서 며칠 전 공책을 사러 백화점에 함께 가자고 제의했던 것을 정숙양이 거절한 사실을 들추며 『요즘 왜 우리들과 함께 놀지 않느냐』 『우등상을 타면 제일이냐』는 등 시비를 걸었다. 이에 정숙양이 대들며 싸움이 벌어지고 은정양이 코피까지 홀리게되자 갑자기 옆에 있던 과도를 집어 정숙양의 왼쪽가슴을 찔렀다는 것.
정숙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은정양과 서모양 등은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길가에서 엎어져 돌에 찔린 것처럼 말하기로 하고 집에 있던 「머큐러크롬」을 발라주었으나 깨어나지 않자 정숙양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족들에게 알렸다.
정숙양은 가족들에 의해 인근 병원을 거쳐 한양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게됐다.
성적이 중 상위권인 은정양은 같은 반 친구인 정숙양이 졸업식을 앞두고 함께 놀기를 꺼리는 것처럼 보여 최근 사이가 나빴다면서 다시 친해지려고 얘기를 꺼내다가 싸움이 벌어져 코피까지 홀리게 되자 순간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울 먹었다.
피해자인 정숙양은 이번 졸업 때 반에서 5등을 차지, 7명의 우등상 수상자 가운데 끼였으나 이 사고로 14일 졸업식에 참석 지 못 했다.
한편 가해자인 은정양은 4남매의 막내로 부모가 모두 맞벌이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둘째 오빠(17)가 상습폭력범으로 순화교육을 받는 등·결손가정에서 자란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은영양을 폭행치상혐의로 입건했으나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미성년자여서 불기소처분을 검찰에 품신했다.

<시샘보다는 성적불안 때문에>
▲김재은씨(51·이대교육심리학과장)=단순한 시샘으로 인한 여자어린이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어린이자체에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본다.
그런 학생이 진학할 경우 자신은 물론 소속집단 자체도 불행해질 우려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보통 한 학급에 정서·성격·습관 등 장애아가 10%가량 된다. 이 같은 장애아들은 1, 2학년 때 담임교사가 명단을 작성해 예방치료를 실시, 학습에 장애가 없도록 해야한다.

<확고한 도덕관을 심어주길>
▲신동균씨(고려대 부속병원 정신과의사)=흔히 볼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다.
은정양을 직접 관찰해 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성격형성 과정에서 자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자아의식이 결여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은정양의 주위환경이 이 같은 원인을 제공했다면 확고한 도덕관을 심어주어 이제라도 시급히 시정해야 할 것이다.
또 은영양과 유사한 환경에 처해있는 어린이들의 보호자들도 어린이의 성격형성 시기에 면밀히 보살펴 반사회적인 성향을 갖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성적만능교육제도 고쳐야>
▲김인순씨(42·가정주부·서울 신림동 637)=학부모로서 가슴이 뛰는 사건이다. 더구나 여학생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어린이의 성격결함도 문제가 있겠지만 너무 학교성적만을 가리는 학교 교육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학과교육에만 치중해온 학교 교육방법이 재검토돼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