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구본영 시장, 부동산 공약 모두 지킬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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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행 부동산학 박사

모처럼 시장님의 블로그를 보다가 구본영 선거공약 99개를 발견했다. 시민 중심, 섬김 시정으로 천안 발전을 위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열정을 모두 바치겠다는 결의에 찬 내용도 접할 수 있었다. 본인이 자처한 진정 천안시민의 머슴이라는 모습이 느껴졌다.

 99개 선거공약의 핵심은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을 통한 신직업·신산업 발굴, 우수 중소기업 육성, 창업형 일자리 발굴, 여성·청년·어르신 특화 대책, 취업 취약계층 고용 지원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실직자 구직 지원, 기업 민원 신속 처리, 우수 연구단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안정화 등이다.

 여러 가지 선거공약 중 부동산 관련 핵심 공약을 들여다봤다. 문제는 항상 돈이다. 천안 과학벨트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8140억원, 서민 임대주택 총 2500가구 보급에 2550억원, 천안 호수공원 조성에 2000억원 등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1조3928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천안시의 1년 예산 규모는 1조26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순수 가용예산은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더 논할 필요 없이 천안시의 주머니는 비어 있다. 부동산이나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비가역성이다. 한번 개발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든 사업에는 여론 수렴 과정인 공청회를 거치고 심의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분석해 보며 시의회의 의견 청취와 심의를 통과해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을 거친다. 공약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 시민들에게 제시됐다. 당선자나 대부분의 시민은 이 공약이 투표 결과에 따라 당선되면 시행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공약으로 개발돼 집행된 예산은 시민의 주머니를 다 털어간다. 이런 사례는 많은 지자체에서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거의 사기, 기망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시민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으로 알았으나 빈 주머니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추가 관리비용이 들어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다. 재원 조달 방안이 확정된 사업도 힘의 논리, 정치 논리에 밀려 취소되거나 축소 또는 지연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천안시장님의 공약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예술품이다. 개발과 복지는 달콤한 꽃향기다. 꽃향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정녕 본 적이 없다. 꽃향기는 어느 순간 사라진다. 향기가 사라지고 없을 땐 급기야 갈등과 반목의 세상으로 열차는 달려간다. 그래도 일단은 좋다. 지금은 아니라는 걸 나도 아니까. 우리의 반쪽인 북한을 보자. 무상배급제의 비참함이 우리에게 실증시켜 주고, 검증해 주고 있지 않은가? 민선 6기 초기에 공약의 재정립이 절실한 이유다.

이영행 부동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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