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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로 입맛을 새롭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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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채 녹지도 않은 눈 사이로 파란 새싹을 내미는 냉이는 예부터 우리식탁에 가장 먼저 봄을 가져다주는 봄나물이다. 냉이에 이어 달래·씀바귀·쑥 등의 봄나물은 겨울동안의 텁텁했던 미각에 신선한 봄의 향기를 불러 일으켜준다.
멀리서 오는 봄을 한줌의 나물로 먼저 식탁 위에 올려보자.
야생의 봄나물은 2월말이 되어야 채짐이 가능하다. 그러나 요즘은 온상재배로 겨울철에도 봄나물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한 겨울철에는 봄나물의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아 시장에도 선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봄나물이라면 역시 봄이 가장 기다려지는 봄의 문턱이 되어야 사람들이 찾게되는 모양이라고 남대문시장의 한 야채상인은 풀이해 준다. 그 때문인지 최근들어 봄나물의 출하량도 많고 수요도 늘고있다.
탐스런 새싹이 소복이 나온 두릅과 달래·냉이·씀바귀가 대부분으로 아직 값은 비싼 편이다.
냉이 한근에 3백원, 달래 5백원, 씀바귀뿌리 4백원, 두릅10개 묶음의 한 두름에 5백원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슈퍼마키트」나 백화점에서는 이보다 약간 비싸 냉이 한 근 5백원, 달래 1천원까지 값이 매겨져 있다.
2월말이나 3월초가 되면 야생의 채집 품이 다량 나오게되므로 값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요즘 나오고 있는 봄나물은 온상재배 품이어서 야생에 비해 맛이 떨어지긴 하나 그런 대로 미각을 새롭게 해주는데는 모자람이 없다.
특히 맛이 쌉쌀한 씀바귀는 엄동에 세번만 먹으면 병에도 안 걸리고 잡귀도 안 든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맛뿐만 아니라 식욕이나 건강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한 계절 식으로 꼽힌다.
씀바귀의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물에 오래 담가 쓴맛을 뺀 후 조리해 먹으면 된다.
씀바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후 초고추장에 무쳐먹는 방법을 많이 쓴다.
무칠 때 설탕을 조금 더 넣으면 쓴맛이 훨신 덜해진다.
냉이는 잎과 뿌리에 달콤한 맛이 있어 다른 산채보다 야생의 맛은 덜하나 풍부한 「비타민」과 독특한 향기로 봄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른다.
요리 때는 고유한 향기가 없어지지 않도록 양념을 많이 쓰지 않아야 한다.
냉이 국에는 멸치나 조개정도를 넣는 것이 담박한 맛을 살리는 비결이다.
봄을 가장 육감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달래다. 마늘 같은 독한 냄새가 없으면서도 매운 듯한 그 맛은 겨울동안의 텁텁했던 미각을 상큼하게 자극시켜 준다.
더우기 달래를 간장에 버무리고 고명을 쳐서 만든 달래 장아찌는 봄의 미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달래는 영양가도 높고 강장제로도 알려져 있으며 위를 튼튼히 해주고 정장의 효과도 있어 높이 평가된다.
달래장아찌·달래무침 외에도 달래 된장찌개를 끓여도 좋다.
두릅은 산채의 왕자로 불릴 만큼 살집도 좋고 향기도 독특하다.
봄에 나는 어린 싹과 줄기를 삶거나 튀김을 해도 맛이 있다.
삶은 것의 껍질을 벗기고 반쪽으로 잘라 쇠고기와 함께 꼬챙이에 번갈아 꿰어 양념장을 발라서 밀가루·계란을 씌워 지져먹는 두릅 적도 좋다.
달래·냉이·쑥·고비·고사리 등은 도시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봄나물이지만 쇠뜨기· 햇님·원추리·쑥부쟁이·수리치 등은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이나 산채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아 널리 애용되고 있는 것만 쳐도 50종류가 넘으며 3백여 종류가 식탁의 요리재료로 등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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