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까지 짚은 장애자가 차도에 놓인 돌덩이 치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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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UN이 올해를 「신체장애자의 해」로 정해서인지 그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예년보다 훨씬 더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그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보는 것이 습관처럼 돼있지만 성한 사람이 지나쳐버리는 일들을 하고있는 그들의 장한 모습도 널리 소개돼야 할 줄 믿는다.
며칠전 시내 번화가에서 「버스」를 타려고 육교아래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손에 목발을 짚은 서른 살 가량의 남자가 육교아래 찻길을 횡단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뿐 아니라 그 광경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육교가 있지만 몸이 불편해 길을 건너가나보다』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차도 중앙선 부근에 불편 한 자세로 쭈그려 앉더니 그때까지 차들이 피해 가던 직경15㎝가량의 돌을 나머지 한 손으로 받쳐들고 다시 절뚝거리며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심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 수치심을 더욱 짙게 해준 것은 얼마전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 퇴근 무렵 교통이 복잡한 시간이었다. 장님 한사람이 횡단보도를 더듬거리며 건너고 있었다. 차들은 앞뒤로 밀리고 「클랙슨」소리가 요란해졌다.
그러나 길을 지나는 그 많은 사람들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보고만 있었지 어느 누가 선뜻 나서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장애자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떳떳할 수 있겠는가. 그들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들이 그들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 같다. 【공병오(경북 영일군 대송면 송동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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