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장동건, 요즘은 좀 뜸하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은 江南通新 기자들이 취재 현장을 오가며 눈에 띄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압구정역 2번 출구 군밤 장수 부부는 왜 1년 내내 군밤만 팔까, 저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는 무슨 생각으로 한국에 온 걸까….
살짝 궁금하긴 한데 대놓고 묻기엔 좀 멋쩍은 걸 江南通新 기자들이 대신 확인해 드립니다.

“이 세차장은 35년 됐어요. 아마 이 동네 세차장 중 가장 오래됐을 걸요. 난 이 세차장 생기고 2년쯤 뒤인 1980년대 초반에 정비사로 들어왔어요. 여기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애도 낳았죠. 5년 전 사장님이 세차장 관둔다길래 인수했어요. 여기서 처음 일할 때는 주변이 온통 공터랑 배밭뿐이었어요. 당연히 차도 달라졌죠. 초기엔 포니·스텔라·제미니 같은 차였는데 요즘은 BMW·벤츠·포르쉐가 제일 많아요. 국내에 몇 대 없다는 부가티도 가끔 와요. 처음에 만졌던 차들은 지금 차에 비하면 장난감 같아요.

세차장 인수했다고 하면 돈 많이 벌었냐고들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집 담보 잡히고 인수한 거예요. 지금도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요. 전엔 시트 커버나 타이어 교체로 돈을 좀 벌었는데 이젠 세차만 하다보니 마진이 거의 안 남아요. 다 인건비로 나가죠. 특히 일 잘하는 사람만 고집하다보니 더 그래요.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일 잘하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어요. 값비싼 고급차가 많고 손님들이 차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거든요. 정말 기가 막히게 일 잘 하는 우리 직원 하나도 나랑 25년 동안 같이 일한 사람이에요. 내가 가져가는 돈은 적지만 일은 제대로 하다 보니 한번 온 손님은 꾸준히 다시 오는 편이에요. 대를 이어 오는 손님도 적지 않죠. 최고는 최고를 알아본다고들 하잖아요.

전지현·장동건씨도 우리 고객이죠. 요즘 좀 뜸하지만요. 레이싱하는 류시원씨도 가끔씩 올 때마다 ‘휠을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닦냐’고 물어요. 사실 뭐 별다를 건 없어요. 손 한번 더 가는 거예요. 새 차에는 약품 안 쓰고 스폰지로 일일이 하나하나 닦아요. 차 한 대 닦는 데 35분 정도 걸려요. 다른 곳은 아마 20분이면 끝날 걸요. 누가 세차하든 차가 나갈 때는 내가 마지막에 한번 더 봐요. 창문에 걸레자국은 없나, 휠은 잘 닦았나 보고는 미비하면 다시 닦게 해요. 일은 힘든데 돈은 많이 못 벌죠. 하지만 내가 잘하는 일이라 해요. 손님이 가면서 ‘세차는 역시 여기가 최고’라고 말하면 뿌듯하기도 하구요.”

만난 사람=윤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