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 실패 후 구박 심해져|미국무성이 밝힌 이란의 인질 학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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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52명의 석방 인질들이 억류 4백44일 동안 「이란」측으로부터 모진 협박과 학대를 받았음이 밝혀지고 있다.
「잭·캐넌」 미 국무성 대변인은 22일 「라인마인」 미 공군 기지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석방된 인질들이 억류 기간 중 생명의 위협과 합께 의·식·주 모든 생활 면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음을 털어놓았다.
또 인질들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가혹한 취급을 받았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석방 인질들은 억류 기간 해충이 들어 있는 우유와 벌레 먹은 야채 등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음식 제공, 몇주일씩의 독방 감금, 처형 위협, 구타 및 외부와의 연락 차단 등을 당했다.
일부 인질은 강제로 옷을 벗긴 채 널판지에 눕혀졌으며 특히 사막 작전 (미국의 인질 구출 특공대 작전)이 실패로 끝난 뒤에는 이러한 학대는 더욱 심해져 일부 인질들은 모의 총살형에 처해졌었다.
또 이들은 외부와 연락이 차단되었는데 편지 겉봉만 보여주고 내용물은 보여주지 않았는가 하면, 해병대 「조니·매키」 하사의 경우는 「텍사스」주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허위 비보를 전달받기도 했다.
경제 담당 상무관이었던 「맬컴·캘프」씨 (42)는 미국에 있는 동생 내외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자신은 여러 차례 탈출을 기도했으나 그 때마다 실패해 「이란」인들로부터 심한 고문을 받고 1백50∼1백70일 가량 독방 감금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석방 인질들은 가지고 있던 소지품들을 모두 빼앗겼고 특히 시계를 볼 수 없어 시간을 알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심한 학대로 인해서 일부 인질은 정신적 착란까지 일으키고 있는데, 해병대 「월리엄·갤리고스」 하사의 경우 억류기간이 2년 반은 되지 않았느냐고 물어볼 정도다.
이와 같은 협박과 학대 사실이 밝혀진 후 「배리·로센」전 「이란」주재 미 공보관은 『「이란」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전체, 외교관 세계는 우리가 당한 고초에 대해 다같이 비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인질은 석방에 앞서 협박과 회유에 못 이겨 「이란」 TV와 「이란」에 협조적인 TV회견을 가졌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석방 인질은 22일 「이란」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대사관을 점령한 대학생들이 기대 이상 예의를 지켰고 식사도 필요한 만큼 먹였다』면서 『다른 사람이 만든 결정을 옳건 그르건 간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인내를 「이란」에서 배웠다』고 말했었다.
한편 「이란」측 인질 석방 수석 대표였던 「베자그·나바비」「이란」 관방상은 미국인 인질들이 고문을 당하고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을 부인했으며 이러한 주장에 매우 격분했다고 「이란」 관영 「파르스」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비스바덴 (서독)=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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