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학자의 젊은 시절」펴낸 소설가 박태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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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5의 참극과 그 상처를 앓으면서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든 50년대를 폭넓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오늘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정치·경제·사회·문화는 모두이시기에 틀이 만들어졌고 큰 변화없이 오늘에 이어졌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박태순씨. 60년대와·70년대 초에 걸쳐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여오다 74년 이후 거의 글을 쓰지 않고 침묵했던 박씨가 올해 들어『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을 단행본으로 내놓으면서 다시 창착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70년대의 문학이 상업주의와 계층간의 갈등, 산업사회의 모순을 파헤치는 양면성을 지녔다면 80년대에는 이러한 것을 극복하고 좀더 깊고 넓게 현실을 보며 작품을 써야할 때입니다. 』70년대 문학이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소홀히 했다면 지금은『소화하지 못하고 남겨둔 우리 문학의 숙제』인 50년대를 파헤치는「현실의 확장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소 변형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를 두텁게 둘러싸고 있는 냉전논리·분단체제의 고착화 등이 모두 50년대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70년대 말부터「6·25에 대한 체험을「리얼」하게 쓴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문구·전상국·한승원·김원일씨 등의 작품을 예로 들면서.『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은 77년「세대」지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당시 2천2백여장 쯤 쓴 것을 뺄 것을 빼고 다시 손질하여 1천7백장으로 줄였다.
작품의 내용은 6·25의 소용돌이 속에서 심신이 거덜나버린 3소년이 폐허가 된 서울에서 만나서 몸으로 부딪치며 시대 현실을 자각하는 과정을 그렸다.
혼란한 정치, 미국의 원조나 군납, 주먹이 설치는 시장으로 이루어지는 경제 등에 구역질을 느끼면서도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고 민족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는 소년들의 눈을 통해 이 시대를 밝히려했다.
신문·재판기록·책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으나 포착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야가 좁았다고 한다. 작가로서의 자신의 노력 부족도 절감했고. 올해 박씨는「4·19」를 깡패의 눈을 통해 보는 작품을 구상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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