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물과 예능 사이 어린이 드라마가 돌아왔다

드라마 ‘마법천자문’ 제작발표회에 참가한 출연진들. 왼쪽부터 이하원(나샘)·신기준(손오공)·이지우(삼장)·최민영(옥동자)·박충선(보리도사)·광민(이랑)·박승우(흑운).

2003년 첫 출간 이후 10년만에 2000만 부를 돌파한 만화 『마법천자문』이 어린이 드라마로 나왔습니다. 드라마 ‘마법천자문’은 6일 오후 4시 25분 KBS 2TV에서 첫 전파를 탄 수목 드라마입니다. ‘매직키드 마수리’(2002) ‘마법전사 미르가온’(2005)을 잇는 판타지물입니다.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박은규(서울 상암초 6) 학생기자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드라마의 한 장면.

‘돈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한동안 방송가에서 사라졌던 어린이 드라마가 돌아왔다. ‘벼락 맞은 문방구 시즌2’(투니버스), ‘플루토 비밀결사대’(EBS) 등이 선전하는 가운데 ‘마법천자문’이 가세했다. KBS는 마법천자문을 15세 이하를 노리는 새로운 한류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아이돌 그룹 포커즈의 래현(혼세마왕 역), 보이프렌드의 광민(이랑 역), 방송인 천이슬(진선미 선생님 역) 등을 캐스팅한 것에서도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했던 ‘매직키드 마수리’의 권인찬 작가와 당시 출연했던 배우 박충선(보리도사 역) 등이 다시 합류해 옛 영광을 노린다. ‘마법천자문’은 KBS가 ‘후토스’ 이후 5년만에 내놓은 대형 어린이 기획이기도 하다. 다음은 제작진 및 출연진과 나눈 일문일답.

- 제작 의도는.

(이철민 감독) “원작을 드라마로 만들어 방송에서 다뤄 더 많은 국민들이 마법천자문의 흥미로운 콘텐트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제작했다.”

(기훈석 PD) ” 얼마 전 조카가 거짓말을 하길래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배신 기린이에요’라고 하더라. ‘런닝맨’의 이광수가 배신 캐릭터로 나오는 걸 보고 배운 거다. 우리 프로의 라이벌은 타사 어린이 프로가 아니라 ‘런닝맨’이나 ‘무한도전’ 등 성인 예능물인 셈이다. 어린이 콘텐트가 많이 제작되긴 하지만 ‘뽀로로’ ‘라바’ 등 돈이 되는 영유아 캐릭터물에 편향돼 초등 저학년부터는 보여줄 프로그램이 없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학습물, 혹은 폭력적인 애니메이션 뿐이다. 그 빈틈을 메워주는 건 방송 콘텐트 제작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 원작과 다른 드라마의 강점은.

(기 PD) “어린이의 실생활을 잘 녹여냈다. 주인공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성적·왕따 등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마법과 한자가 나온다.”

(박충선) “원작에서 소재만 따온 것일 뿐 이야기 자체가 달라 만화를 읽은 아이들에게도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 밤샘 촬영이나 쪽대본 등의 문제는 없나.

(이철민 감독) “밤샘 촬영을 하는 일은 없다. 아역 배우들의 스케줄을 최우선으로 잡고 진행한다. 현재 10부 정도까지 촬영해둔 상태다.”

(기 PD) “어린이 출연자가 많아 아무래도 성인 프로그램 보다 제작 기간이 길고 제작비도 많이 든다. 그래도 미래 시청자를 잡지 않고 지속되는 채널은 없다고 생각한다. 멀리 내다보면 경제성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최근 어린이물 제작이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닐까.”

-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 한자 공부가 될까.

(신기준·손오공 역·인천 백석중1) “한 곳에 빠지면 집중하고, 계속 보다 보면 외우게 되는 게 어린이의 특성인 것 같다. 나도 초등학생 때 『마법천자문』으로 한자를 많이 익혔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한자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은규 학생기자의 취재 후기

박은규 학생 (서울 상암초 6)

처음으로 참석해 본 드라마 제작발표회는 흥미진진했습니다. 제작발표회장에선 수십 명의 취재진들이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있었습니다.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아 놓은 영상이 5분가량 상영됐고, 그 후 포토타임에선 등장인물들이 차례차례 나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과 제작진에 대한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진행을 맡은 이승현 아나운서가 가장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저도 질문 기회를 두 번 얻었습니다.

마법천자문은 웬만한 초등학생들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데요. 스토리도 재미있고, 주인공들이 한자마법을 써서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힐 수 있어 학습 효과도 높아서입니다. 저도 마법천자문을 빼놓지 않고 읽었는데요. 손오공 역을 맡은 주인공 신기준군도 만화책 부록이었던 한자카드를 들고 다니며 외웠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마법천자문이 만화 원작보다 재미가 없어서 실망한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나니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첫 방송은 놓쳤지만 2회 방송은 볼 수 있었죠. 만화책에서 장면, 장면들로 끊어서 봤던 것을 영상으로 만나니 주인공의 한자마법들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마법전사가 되기 싫어하던 손오공이 보리도사의 변신 마법에 걸려 실랑이 끝에 결국 마법전사가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죠. 마법이라는 소재를 영상으로 옮기는 거라 조금 유치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다음 회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