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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1939년 비오 12세 교황 "제사 지내도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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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선 최초의 순교자이자 이번 시복식 주인공 중 한 명인 윤지충(1759~91)은 고산 윤선도 선생의 6대 손이다. 다산 정약용의 외사촌이기도 하다.

 그는 ‘진산사건’으로 처형을 당했다. 진산사건은 전라도 진산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조상에 대한 제사를 거부해 일어난 일이다. 윤지충은 1791년 모친상을 당해도 제사를 지내지 않고 신주를 불살랐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됐다.

 제사 허용 문제는 16세기 중국에 처음으로 천주교가 도입되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민호 마재성지 주임신부는 “서양에서 인간에 대한 최고 공경을 나타내는 행동은 무릎을 꿇는 것이다. 그들은 왕에게도 한쪽 무릎만 꿇었다”며 “서양 신부들은 중국에서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낼 때 양쪽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우상숭배의 일종으로 해석하고 이를 금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인들도 점차 제사를 하는 모습이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조상에 대한 예를 표현하는 방식임을 이해하게 됐다. 결국 교황 비오 12세는 1939년 ‘중국 의례에 관한 훈령’을 통해 조상 제사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없다고 선언한다. 국내 천주교 신자들도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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