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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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문은 독자, 곧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데서 생명이 얻어지고 유지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독자들에게 설득력 없는 주장을 편다거나 그들의 기대를 저버릴 때 독자 또한 신문을 외면하게 되고 신문은 한낱 휴지조각만도 못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신문의 제도적인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독자와는 최대한의 공감대를 유지하드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항상 독자와 만나고 있다. 우선 독자 자신도 독자(국민)이기 때문에 자신의 양심과 양식에 항상 객관적인 판단을 묻고, 가까이 있는 가족·친지·친구·동료들의 의견을 듣고 토의도 한다. 독자들로부터 직접 전화나 편지를 받기도 한다. 신문을 만드는 기자들로서는 우리가 만든 신문기사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가 궁금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의견과 비관은 사실상 기다려지는 것이기도 하다. 또 기자들이 모르고 있는 현상이나 분석에 대한 일깨움이 있을 때는 반갑고 고마움을 느낀다.
올 한햇동안 「독자투고」에 들어온 편지는 사진과 만평을 포함해 2천여통에 이른다. 그 가운데 겨우 2백50여건(12% 정도)만이 신문에 소개됐으니 죄송한 마음이 훨씬 더하다. 1년 동안의 「독자투고」를 내용별로 분류해보면 시내「버스」를 비롯한 각종 교통문제와 거리질서에 대한 시점 호소가 20%로 가장 많고, 교육·학사문제 16%, 민원처리기관 고발 15%, 방질·문화문제 10% 등 높은 비중이고, 부정식품·불공정거래·공해·환경·인권·윤리·공중도덕·의료·상사·산재·취업·정치·여성·개인사정 호소 등의 순이다.
연말이면 아무데다나 붙여쓰던 「다사 다난」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격동」이라고 하는 이 해에 정치문체에 관한 독자의 관심이 하위에 머물렀다.
「독자투고」의 편지내용이 정책에 대한 시시비비로부터 가난에 쪼들리다 못해·구호를 호소하는 개인사정, 혹은 결혼식장에서 태극기롤 걸어놓고 국민의례 순서를 해야한다는 지나친 「애국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그 직업과 성분도 갖가지지만 일반적인 공통점은 소박한 「서민의 소리」란 것이다.
생활이 넉넉하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 일들, 「줄」이 있었으면 쉽게 풀릴 매듭들, 두꺼운 얼음 밑을 보이지 않게 흐르는 맑은 개울물 같은 깸(명정)의 소리이기 때문에 항상 생활의 생생한 현실감이 짙게 느껴지는 것들이다.
「독자투고」란의 이름을 새해부터 「광장」으로 고쳤다.
독자와 독자가 서로, 만나고 독자와 기자가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더욱 늘리기 위해 주1회에서 2회로 지면도 넓혔다. 보다 더 대국적이고 보다 더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광장으로 활용해주셨으면 한다. <노계원 특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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