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집 찾기 힘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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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의 김서방 집 찾기』라는 속담이 있다. 주소조차 잘 알지 못한 채 무턱대고 상경, 사람을 찾으려는 무모함을 일러 하는 말이다. 그러나 설령 주소를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대도시에서 집 찾기란 정말 고통스런 일 가운데 하나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모처럼 같은 서울에 살고 있는 친척집을 찾아가려 해도 한참동안 더듬기 일쑤라는데 하물며 오랜만에 상경한 시골사람의 경우야 말할 것도 없다.
집 찾기에 관한 한 내노라 하는 우편배달원 조차도 주소불명 등으로 배달을 못한 채 되돌려 보내는 우편물이 연간 9백30여만 통이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집 찾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의 주소표시제가「파리」나 「런던」등 선진외국처럼 건물중심으로 돼 있지 않고 지 번 중심으로 돼 있는 것이 그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현행 주소표시제는 1909년 민 적법시행 이후 그대로 사용되는 것으로 그동안 급격한 도시화추세에 따라 경작지와 임야가 택지화하면서 하나의 지 번이 수천 개의 필지로 계속 세분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지 번안에 수천 채의 집들이 무질서하게 늘어선 경우가 수없이 많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신당3동372번지의 경우「372의1에서372의 3050까지」같은 번지 안에 3천50채의 집이 들어서 1개 동의 절반 가량이 같은 번지로 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바람에 집 찾기가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편·전보의 배달지연이나 배달불능은 물론 구급차의 도착지연, 수사용의자의 수배지연 등 일상생활의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당국도 이같은 점들을 고려해 벌써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주소표시제를 서구식「블록」단위 건물중심으로 개선한다고 발표한바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오민하<농업·경남 진주시 초전남동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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