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업소의 변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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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변태영업을 일삼아 온 결혼상담소와 직업소개소가 당국의 일제단속으로 무허가업소 등 1백70여 개소가 허가 취소되거나 폐쇄되고 관련인 57명이 구속되었다.
무허가소개업자를 색출하고 규정을 위반한 업소를 적발, 처벌하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어 온 일이고 예시된 사례도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내무부·보사부·노동청의 3부가합동해서 나선 이번 단속은 밝고 깨끗한 사회를 구현하는 시대적 요청에 비추어 각별한 뜻을 지닌 것이라 하겠다.
정부는 앞으로 적발되는 위반사범에 대해서는 처벌을 크게 강화하고 무허가·변태업소에 대한 단속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우리는 당국의 이러한 다짐이 일시적인 엄포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추진되어 윤락행위알선·접대부의 인신매매·외국인현지처를 주선해 주는 행위 등 사회를 좀먹어 온 독버섯을 깨끗이 제거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직업소개소나 결혼상담소의 비위·탈선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다. 산업화·도시화가 급속도로 이룩되면서 결혼상담을 구실로 한 사기나 소개 료를 받기 위해 인 신을 무책임하게 소개하는「직업알선행위」가 널리 횡행하게 되었다.
이른바 「마담뚜」에 의한 중매가 사회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 해서 요즘 집중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거니와 결혼을 미끼로 한 성인상대의 범죄보다 나이 어린 가출소녀들을 꾀어 윤락가나 기지촌에 팔아 넘기는 따위 직업소개를 빙자한 범죄가 훨씬 부도덕하고 그 죄질이 나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노동청이 몇 해전 전국의 3백62개 사설직업안내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알선조사결과를 보면 취업자중 여자가 86·2%이고 그 가운데 접대부가 78·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고도성장기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라고는 해도 여성취업자 1백 명 가운데 70명 가까이 가 접객업소로 갔다는 것은 확실히 놀라운 사실이다.
여기에다 무허가업소의 마구잡이 인신매매 등 불법행위 등을 계산에 넣으면 그 와중에서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억울한 사연 등 이 있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또 직업안정법의 안내규정에 구직자의 주민등록증으로 신원을 확인하게 되어 있는 데도 소개 료 받기에만 급급할 뿐 이를 지키지 않아 직업안내소의 소개로 들어간 가정부가 절도를 하고, 심지어 강도·유괴 등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일까지 흔히 생겼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악을 퇴치하고 뿌리뽑기 위해서는 우선 당국의 단속강화와 함께 처벌규정을 보다 엄격히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현행 직업안정법의 처벌규정만으로는 악덕소개업자들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주장에도 분명히 일리는 있다.
그러나 법을 엄중히 제정해서 시행하기에 앞서 구직자·구혼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소개소를 대폭 늘리고 사설업소의 내용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일 것 같다.
사실 사설직업안내소들이 탈선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 잇달아 일어나자 사설안내소를 점차 줄여 직업안내기능을 시 또는 노동청직업소개소에만 맡긴다는 얘기도 있었고, 사설안내소개설자의 학력을 4년 제 대졸 자로 국한하는 등 허가조건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 강구되기도 했다.
그리고 제멋대로 신문·잡지에 게재되어 온 안내소선전광고도 원안을 관할구청장에 사전신고, 내용 등 사실여부를 심의 받도록 한 규정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결국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따라서 당국의 단속은 일정기간 집중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규정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꾸준히 실시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직업윤리에 바탕해서 운영하는 건전 업소들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계도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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